에볼라 공포가 전세계로 번지고 있다. 치사율이 최고 90%에 달하는 에볼라 출혈열은 아프리카에서만 8000여명이 감염돼 3800여명이 숨졌으나 공기를 통해 전염되지는 않아 전세계 유행 가능성은 낮다고 알려져 왔다.
하지만 최근 스페인과 미국에서 2차 감염자가 나와 상황이 반전됐다. 미국과 유럽 방역당국의 안이한 대처에 대한 질타와 함께 이대로 가면 전세계 감염자가 연내 10만명을 넘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에볼라 사태를 강 건너 불 보듯 했던 우리나라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지난달 22일 부산에서 사망한 에볼라 의심 환자가 보건당국의 초기 대응이 부실해 최초 신고 1시간 40분 만에 병원에 입원했다가 숨진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뒤늦게 드러났다.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의원에 따르면 가나에서 귀국한 에볼라 의심 환자가 지난달 21일 오후 6시 14분 소방서에 신고했는데 부산소방안전본부는 세 차례나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에 전화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뒤늦게 질병관리본부 내 에볼라 전담 핫라인에 연결됐으나 질병관리본부 측은 일반 병원 이송을 권유했고, 국가 지정 입원치료 병원은 자신들이 지정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 환자는 나중에 열대열 말라리아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만일 에볼라였다면 어찌되었을지 아찔하다.
에볼라는 치료약과 예방 백신이 아직 나오지 않았고 확산 속도가 빠른 만큼 감염자 입국을 차단하는 것이 방역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을 안심시키려면 에볼라 유입과 전파를 막는 체계적인 방역시스템 마련이 필수적이다. 특히 미래창조과학부·국토교통부·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지자체 등 다양한 부처와 기구 간의 유기적인 네트워킹과 종합적인 협력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면서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판단으로 즉각적인 조치를 발동해 골든타임 안에 위기를 종결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반드시 필요하다.
여러 부처에 나뉜 기능을 하나로 모아 긴급 사태에 신속 대응할 수 있는 ‘에볼라 대응 센터’를 설치해 컨트롤 타워 기능을 맡겨야 한다.
의심자를 발견하면 즉시 격리하고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의료인에 대한 교육·훈련을 강화하는 것은 기본이다.
보호 장구와 장비도 충분히 비축해 의료인들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가뜩이나 부 산 지역은 20일 개막하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를 앞두고 에볼라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에볼라 감염 환자가 다수 발생한 기니·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 등 3개국에서 35명이 이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일부 시민들은 행사 취소까지 요구하고 있다. 지나친 공포감 확산은 경계해야 하지만,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구멍 뚫린 방역시스템의 점검 및 보완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