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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랑방 반가
작성 : 2014년 10월 14일(화) 17:35 가+가-

설레는 일이다. 드디어 꿈이 이루어진 건가. 글도 쓰고 차도 마시고 담소도 나누는 공간을 꾸리고픈, 그 꿈의 마당에 천천히 한 발을 들이밀었다가 정확하다.
영산강이 내다보이는 너른 창을 가진 한옥, 푸른 자갈이 깔린 마당에 분꽃이나 봉숭아, 맨드라미, 백일홍 같은 토종꽃이 어우러지고, 매화, 감나무, 석류와 대추 같은 유실수 사이를 평화롭게 어슬렁거리는 몇 마리 강아지와 고양이, 그 곳에서 글을 쓰며 사는 정직하고 조촐한 삶을 그리워했다.
의심하지 말라,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야심을 밀고나가라. 웃음거리가 되는 걸, 너의 약점을 두려워 말라. 상처도 마찬가지다. 그 어떤 것도 심각히 받아들이지 말라. 생각하는 것을 지금 실천하라.
겁내지 마라. 자신을 위한 지출에 자책감을 가지지 마라. 인생은 어차피 혼자라는 걸 인정하라. 열정을 가지고 푹 빠져라. 환하게 웃어라. 많이 걷고 목청껏 노래하라. 즐거운 상상을 많이 하라. 햇볕과 꽃과 친해라. 남에게 박수와 칭찬을 아끼지 마라.
분명 생의 두려움에 떨고 있었을 그 어느 날에 적어놓았던 글들이 적혀있는 수첩을 펼쳤으리라. 어디서 발췌해 적어 놓은 걸까. 낡은 수첩 가득 적혀있는 실천 독려의 문구들을 다시 읽는다.
‘망치로 포인트를 내려쳐라. 교묘한 수법은 No, 다시 한 번 쳐서 세 번째 강타로 내려쳐라’는 처칠 경(卿)의 따끔한 조언도, ‘너 또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다. 강(江)이 그토록 안정감을 주는 것은 강은 방황하지 않기 때문이다. 강은 바다라는 행선지가 정해져 있어 다른 곳으로 결코 벗어나지 않는다’는 멋진 글귀도 적혀있다.
집수리를 하면서도, 오래토록 꿈꾸던 머릿속의 생각들을 하나씩 하나씩 실현해가면서도 몰랐다. 하지만 나무목판을 잘라 노란 바탕에 검은 글씨로 ‘문화사랑방’ 이라는 산실(産室)의 간판을 내걸자 숨이 턱 걸렸다.
막연히 이런 날을 앙망해 왔었지만 현실감이 들지 않는다. 어쨌든 문을 활짝 열었으니 나머지는 내 몫이 아니다.
혹자(或者) 조언하길 생의 마스터플랜은 60%만 계획하고 세월에 맡기라 했다.
벼를 심어놓고 곡식이 익기를 바라는 농부처럼 묵묵히 기다리라고. 마침내 추수의 계절은 오기 마련이니 생애의 끝이 어디에 설정되었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수확을 짐작할 수 있는 가을은 반드시 오리니 다만 겨울이라는 종점에 이르기 전에 자신이 모색하는 삶을 만나면 다행이란다. 되돌아보면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너무도 많이 거쳤다. 이제 차분해지리라. 원하지 않는 대상들에서 관심을 차단하는 요령도 터득하고 내가 경험하고 싶은 일에만 주의를 기울이고프다. 어느덧 꿈은 진행되고 있으니 매사를 보다 진지하게 살피리라.

거칠어진 손으로
늦은 싹 심으시네
품에 앉은 손녀
맨땅에 내려놓듯

여전히 아장걸음마
기우뚱거리는
새싹들의 불안한 행보

근심 없이
바라보시는 당신의
자애로운 눈

스치는 단상을 가감 없이 옮겨 적었다.
‘그대의 생각으로 세상의 기근이 해소된다’는 말은 내겐 과분하다. 너무도 지루했던 내 생의 한발(旱魃). 그 척박한 땅에 늦었지만 이제 막 여린 싹을 심었음만으로도, 아직 자투리 햇살이 남았음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다.
너무도 긴 날을 헤매었지만 이제야말로 목적지를 향해 직진(直進)이다.
‘문화사랑방 반가’에서 열리는 글 모임, 첫 수업을 알리는 문자를 보낸다. 가슴이 먹먹하다.



김 현 임 작가·문화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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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h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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