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이상 군복무를 마친 제대군인의 성공적인 사회정착을 위해 진로상담, 취업 및 창업지원, 교육훈련 지원 업무를 하는 광주제대군인지원센터 취업상담사로 근무하며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다.
회사에서 찾는 업무과 유사한 군경력을 가진 고객이 있어 일자리 알선을 했다. 고객이 작성해온 이력서를 클리닉하고, 서류전형에 통과하여 면접일정을 잡아 통보를 했다. 하지만 회원은 면접에 불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타지에 있어 전화로만 상담을 진행했어야 했는데, 회원은 13년 군 복무한 대위로 당연하게 여겼던 소령 진급에서 탈락되어 전역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고, 그러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전역일을 유보한 채 가족과도 떨어져 혼자서 두문불출하고 있는 상태였다.
전화 너머 회원의 목소리에서 현실을 믿고 싶지 않은 부정, 믿었던 군에 배신당했다는 분노,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우울과 무력감 등이 그대로 전해져 참으로 안타까웠다. 이러한 회원의 상황을 접하며 ‘상실의 5단계’가 생각이 났다. 상실의 5단계란 죽음, 이별, 실연 등 깊은 슬픔을 동반한 상실의 상황에서 인간이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대해 심리학자이자 죽음 연구가인 퀴블러 로스가 정리한, ‘죽음을 받아들이는 5단계’ 이론이다.
죽음(상실)에 접하게 되면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부정’하다가 이후 “왜 하필 내게 이런 일이…” 하는 마음이 생기며 ‘분노’하고, 죽음을 막거나 늦추기 위해 ‘타협’하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알면 깊은 ‘우울’에 빠졌다가 이후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용’ 단계에 도달한다.
우울단계에 머물러 있는 회원의 현재 상태가 지속이 되면 사회 부적응자가 되겠다는 위기감에 이후 꾸준히 채용정보를 문자발송하고, 회원에게 적합한 일자리가 있는 경우 전화로 안내하며 근황과 심리상태를 점검했다.
가족과 친구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상황을 이해받지 못하는 입장이었기에 다그치거나 훈계하지 않고 최대한 그의 심리를 지지하고 독려하며 그가 우울단계를 벗어나 수용의 단계에 도달하고, 이후 사회적응을 해갈 수 있도록 지원을 했다.
최근 군에 다시 복귀해 전역일을 확정짓고 전역 후 일자리를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왔다. 목소리에도 힘이 느껴져 안도감이 들었다.
직업군인으로 안정된 생활 기반을 잡고 전역하는 50대 초중반의 만기 전역 간부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대군인들은 군 조직 특성상 진급이나 진로에 막혀 삼십대 초반이나 사십대 초중반에 계급 정년이 되어 강제전역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든 회원의 경우 10년 이상 군대가 모든 세상이라 여기고 업무에 충실하였기에 타의에 의해 군 전역을 해야 하는 상황에 충격이 컸을 것이다. 이러한 그에게 왜 군에 있을 때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지 못했냐, 왜 진급 탈락에 좌절해 슬픔에 빠져 있냐, 하루 빨리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전역 후 삶을 준비하라고 다그친다면 그를 사지로 내모는 격이 될 것이다.
이렇게 사회와 단절된 채 국방의 최전선을 지키고 국가에 충성을 다한 제대군인에게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설정하고 직업정보를 찾고 직업훈련교육을 들으며 사회에 나갈 지원을 하는 곳이 필자가 일하는 제대군인지원센터이다. 최근 제대군인의 원활한 사회적응과 불안감 해소를 위해 제대군인 가족이 참여하는 힐링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어 고무적인 현상이라 볼 수 있다.
2013년 4월부터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제대군인 취업지원 종합대책을 수립, 일자리 5만 개 확보를 위한 법령, 제개정, 제도 개선 등이 범정부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또한 2012년부터 마련된 ‘제대군인주간’은 ‘제대군인에게 감사와 일자리’라는 슬로건 아래, 제대군인에게는 자긍심을 높이고 국민들에게는 제대군인의 희생과 공헌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올해도 10월 8일부터 14일까지 전국적으로 제대군인 가족 동반 힐링체험 및 세종청사 현장견학, 플래시몹 행사, 음악이 있는 가을 산행,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제대군인 응원 감사편지 및 사행시 쓰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우리 사회가 제대군인의 우수성을 알고 사회의 일원으로 흡수하여 제대군인이 제2의 ‘회사’인 사회에서 잠재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길 기대해 본다.
이은숙 광주제대군인지원센터 취업상담팀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