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이 또 한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달 30일 오전 9시 5분경 관광객 105명과 선원 등 110명을 태운 유람선 바캉스호가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항 앞 1.5km 해상에서 암초에 부딪쳐 좌초됐다.
마침 유람선과 어선의 도움으로 전원 구조돼 천만다행이지만 세월호 참사 다섯 달 만에 또 대형 해상 사고가 날 뻔했다.
자세한 사고 경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만일 사고 지점이 홍도 앞바다가 아니라 먼바다였다면 어찌됐을지 아찔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다짐했건만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는 것을 보면 아직도 멀었다. 이래서야 어떻게 마음 놓고 배를 타거나 지하철을 탈 수 있겠는가.
배가 바위에 부딪혀 굉음과 함께 시커먼 연기가 치솟고 승객들이 넘어져 머리와 무릎을 다치는 등 아비규환 속에서도 28분 만에 일사불란하게 승객 전원을 구조할 수 있었던 것은 구명조끼를 나눠주고 승객들을 대피시킨 선원들과 신속하게 구조에 나선 인근 유람선, 어선들 덕분이었다.
해경 함정은 구조가 마무리된 뒤에야 현장에 도착하는 등 당국의 대응은 이번에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이번 바캉스호 좌초 사고도 안전을 무시한 선사와 선장의 무리한 운행이 빚은 인재(人災)로 드러나고 있다.
바캉스호는 1987년 일본에서 건조된 중고 유람선으로 선령 21년인 세월호보다 7년이 더 낡았다.
증개축 작업을 거쳐 정원을 350명에서 500명으로 늘린 것도 세월호와 비슷하다. 이 때문에 지난 3∼4월 배를 들여올 때 홍도 주민 70여명은 운항 허가를 내지 말아 달라고 탄원서를 냈지만 무시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해양수산부는 카페리 선령을 20년으로 제한하되 최대 5년까지 연장 운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혁신 대책을 발표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사고선박은 불과 5개월 전 안전점검을 통과했지만 구명조끼 관리조차 제대로 안돼 승객들이 꺼내 입는 데 불편을 겪었다.
배가 침몰하고 있는데도 승객의 목숨이 걸린 구명뗏목마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니 더 말해서 뭣 할까. 대책 따로, 현장 따로의 전형이다.
안전한 대한민국은 조직을 신설하고 안전 예산을 늘린다고 바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공무원이나 선원, 기관사, 구조대원 등이 승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각자 맡은 위치에서 제 몫을 다하고 원칙과 법을 지킬 때 가능하다.
정부는 지금 당장 재난안전 시스템과 여객선 안전대책을 전면 재점검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