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법정스님의 글 한편을 올린다. 조금 차분해진 마음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 볼 때 푸른 하늘아래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무를 바라 볼 때 산다는 게 뭘까 하고 문득 혼자서 중얼거릴 때 나는 새삼스럽게 착해지려고 한다.
나뭇잎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엷은 우수에 들어간다. 가을이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안의 대중가요에도,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그런 가사하나에도 곧잘 귀를 모은다.
구름 끼어 비오는 날이면 산천의 초목들이 함께 우울해지는 듯 긴장을 하고 해맑은 날이면 다시 여름인양 기세가 당당 하는 푸른 가을이 성큼성큼 겨울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가을이 되면 집나간 며느리가 냄새 맞고 돌아온다는 전어가 한철이듯 혼기 닥친 남녀들의 짝 찾기도 한창이다. 가을은 남성의 계절이라 하여 생기가 발랄하게 여성 꼬드기에 전심전력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미국CNN방송은 한국 사람은 1주일에 두 번이나 소개팅 하는 소개팅천국이라고 보도할 만큼 한국의 가을은 미혼남성들의 낭만의 계절이기도 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 땅에 결혼문화에도 황금만능의 바람이 쓰나미 처 럼 밀려와 좀처럼 인간적 관계는 오고간데 없고 오직 물질우선주의에만 결혼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시골냄새 물씬 풍기는 늙은 엄 씨 애 닳은 줄도 모르고 희 번득거리는 도시생활에 길들여진 탓에 인간미 넘치는 사람보다는 도시현대화에 적응하기 좋은 짝을 찾기에 몸을 닳고 있다.
가을, 축복받은 이 땅에 만물의 곡물이 알알이 익어가는 가운데 전국에서 출산율이 높은 곳이 우리지역 호남지방이며 그중에 전남해남지역이라고 함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비평가인 알랭은 행복은 돈의 표현이 아닌 힘의 표현이라고 하면서 자기 자신의 정신과 육체 속에서 건져낼 수 있는 행복이 가장 안전한 행복이라고 했듯이 근력의 힘을 발휘하며 진정한 행복은 만끽하는 저들의 행복지수를 많은 자녀 생산으로 보여주고 있다.
현란한 도시 속에 자고세면 생존경쟁의 울타리 속에 자기마저 잃어버리며 살아가기에 자녀 생산지수도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난 도시민의 사람들, 행복지수 또한 낮다.
가을이 있기에 자기를 살필 수 있는 서정적 자세도 취해보고 죽음직전에 슬피 우는 새처럼 가냘픈 사람으로 돌아가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할 수 있고 잠시나마 성인(聖人)이 될 수 있어 좋기도 하다.
움츠리던 문화의 향연이 가을 속에 꽃 피우고 나름대로의 취향에 젖어 각 장르에 따라 자기를 표출하며 또 다른 정신세계를 다듬어가는 가을, 그러기에 우리고장 광주에서 제10회 비엔날레가 66일간의 일정으로 열리고 있고, 45억 아시아 사람들의 체육행사가15일간의 일정으로 인천에서 폐막5일을 앞두고 있다.
인간에게는 누구에게나 인생가을이 오게 되어 있다.
소유를 거부하던 법정스님도 늘 차분한 마음을 가질 때 자기의 오던 길을 돌아보며 가을에 시들어 가는 나무이파리 하나를 보고 연민에 정을 느끼며 삶에 사후를 생각한 나머지 착해지려고 한다며 서민교통 버스안의 대중가요가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글로 그려내었다.
사람 모두는 자기를 볼 줄 알아야 한다.
개똥밭에 넘어져도 저승보다 이승이 낫다고 우겨대는 저승문전에 있는 사람도, 그 문전이 구만리길 끄트머리에 있는 사람도 자기 보는 안목이 있는 사람은 이 세상의 요란함 속에서도 자기정진에 한 치의 오차가 없을 것이다.
이 땅에 불혹의 나이 중년에 사람들이 결혼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가운데 그 수효가 해가 가면 갈수록 늘어나고 있음은 나라에 기틀을 잡을 수 있는 인구가 감소되어 내일의 미래가 밝지 못하는 것을 미연에 막을 수 있는 길은 저들 결혼에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자연산천에 수목들과 똑같은 우로지택을 받고 살지만 열매를 내지 못하는 인간들은 저들 앞에 부끄럽기만 한 가을이다.
최 규 준 수 필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