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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보다 감독기관을 못 믿는 현실
작성 : 2014년 09월 24일(수) 17:38 가+가-
금융은 ‘신뢰’를 먹고사는 업종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금융산업 신뢰도는 바닥 수준이다. 대표적인 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는데도 은행들의 대출금리는 되레 올라가는 기이한 현상이다. 이같은 ‘배짱영업’은 굳이 대출금리를 내리지 않아도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문전성시를 이루기 때문이다.
서민 가계의 빚 부담을 덜어주고자 시행한 통화당국의 정책이 은행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 된 셈이다.
금융산업에 대한 불신감은 지표로도 확인된다.
금융연구원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3일 발표한 ‘KIF 금융신뢰도 지수’에 따르면 전반적 신뢰도가 89.5로 나타났다. 지수가 100이면 중립, 이보다 낮으면 부정적, 높으면 긍정적 답변이 더 많은 것임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특히 9개 조사항목 중 100을 넘어 긍정적 평가가 나온 항목은 단 한 개도 없었다.
금융회사 보다 감독기관을 더 불신한다는 조사결과도 아프게 새겨야할 대목이다. 지난해 동양그룹 기업어음 피해 사태, 연초의 금융사 고객정보 무더기 유출, 그리고 최근 KB금융 내분에서 감독당국이 보여준 무능한 행보가 직접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금융이 얼마나 후진적인지는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에서 한국의 금융시장 성숙도는 80위로 가나(62위) 보츠와나(57위) 콜롬비아(70위) 네팔(75위)보다도 낮다.
세계 14위 경제대국이라지만 금융에 관한 한 웬만한 아프리카 국가보다도 못하다. 서비스혁신이나 해외진출은 고사하고 예대마진과 수수료에 의존한 우물안 개구리식의 단순 영업만 지속해온 결과다.
이러다 보니 심심하면 금융사고가 터지고 소비자보호는 뒷전일 수밖에 없다.
정부도 할 말이 없다. 아직도 잔존하는 수많은 금융규제와 관치금융 관행이야말로 금융발전을 가로막는 주범이다. 규제혁파가 진행 중이지만 금융규제가 과연 줄고 있는지 의문이다.
동반성장, 상생, 중소기업, 서민 얘기만 나오면 금융의 기본원리를 무시한 새로운 규제가 거의 예외없이 새로 생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등장하는 금융허브, 녹색금융, 창조금융 등의 구호도 문제다. 그러면서도 정작 금융감독은 엉성하기 짝이 없다.
규제는 많아도 제재는 솜방망이요, KB 사태에서 보듯이 사전감독은 허술하고 사후 제재도 갈팡질팡이다.
때마침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의 보신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검사ㆍ제재업무 혁신방안’을 내놨다. 금융회사의 보신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종합검사·사후 적발 위주의 검사를 대폭 줄이고 사전예방 감독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금융 사고가 터지면 없었던 일이 되고 다시 규제가 강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면 국민 불신만 가중될 뿐이다. 다소의 부작용을 감내하더라도 자율과 경쟁의 힘을 배양시키는 쪽으로 지속적 혁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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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h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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