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우리와 멀고도 가까운 이웃이다.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그렇다. 그럼에도 두 나라 사이에는 항상 긴장관계가 형성돼 있다.
물론 그 원인은 일본 측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걸핏하면 군대 위안부 문제 망언 등을 통해 협상 분위기를 깬다. 역사교과서, 독도 문제도 일본이 한국 정부의 화를 돋우는 단골 메뉴다.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7개월이 됐는데도 한·일 정상회담은 열리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 기간 한·미, 한·중 정상회담을 각각 했다.
최근 한·일 양국이 악화된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통로를 통해 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번 주 유엔 총회에서 윤병세 외교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 간 회담이 성사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내달에는 양국 외교차관급 전략대화가 열린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제5차 국장급 협의도 개최될 예정이다.
이런 대화 복원 속도로 미루어 10월 혹은 11월 다자회담 때 자연스럽게 한·일 정상회담도 개최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지난 3월 미국이 포함된 3자 정상회담을 한 적은 있지만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양자 정상회담을 한 적은 없다.
양국의 최고지도자가 이렇게 오랫동안 직접 얼굴을 대면하지 않은 경우는 없었다. 현재의 양국 관계는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와 학계 일각에선 동북아 정세가 그 어느 때보다 급변하고 있는 만큼 안보와 경제를 과거사 문제와 분리해 양국 정상 회담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북핵 문제와 동북아 국제질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도 양국 정상회담 개최가 중요하다.
문제는 아베 총리가 과거사 문제에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자체로 과거사 문제를 해결했다는 태도를 보인다면 양국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 뻔하다. 일본이 진정으로 정상회담 개최를 원한다면 최소한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라도 성의있는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한다.
박 대통령도 “특히 쉰다섯 분밖에 안 남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생존해 계신 동안 명예를 회복시켜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일 정상회담의 선결과제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이제 그 공을 일본 측에 돌렸다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과거 한일 간 정상회담을 개최한 후 양국관계가 잘 풀리기보다 오히려 후퇴하는 상황도 있었음을 교훈으로 삼아 사전에 잘 준비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
내년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다. 두 나라가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 지도자들의 각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