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합동점검회의가 지난 3일 열렸다. 규제를 ‘암 덩어리’, ‘쳐부셔야 할 원수’ 등의 험한 표현을 써가며 대통령이 규제혁파를 강조하고 직접 규제개혁을 챙기는 것은 평가할 만하다.
정부는 지난 3월 20일 1차 회의 때 현장 건의된 52건 중 43건, 손톱 밑 가시로 불린 과제 92건 중 90건에 대해 법령을 고치는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를 마무리했다고 한다.
아울러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에서 기업 경쟁력을 저해하거나 국민에게 불편을 주는 영업규제 등 102건을 새로 발굴해 풀겠다고 한다.
정부 발표만 들으면 규제가 팍팍 덜어지는 듯하지만 현장의 체감은 다르다.
정부 내에서도 당초 지난달 20일 2차 회의를 열려다 완료 과제가 부진하자 열흘 새 관계부처 회의를 5차례 열어 14건이라는 숫자를 더하는 날치기식 쇼를 했다.
이렇게 당장 풀 수 있는 규제를 왜 손놓고 미뤄놨다가 대통령 주재회의를 앞두고서야 푸는 미덥지 못한 행태를 반복하는가.
규제개혁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삼고 기업들에 투자할 길을 열어줘야 하는데 이해관계자들의 반발과 공무원들의 보신주의, 무기력한 국회에 발목잡혀 개혁이 겉돌고 있으니 안타깝다.
규제개혁은 단순히 이벤트성으로 그쳐선 안 된다. 규제개혁을 제대로 하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는 한강의 기적을 다시 이룰 수도 있고, 저성장 늪에 주저앉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중앙부처 등록규제가 1만5326건으로 지난해보다 275건, 연초에 비해 44건 늘었다니 개탄스럽다.
공무원의 ‘규제 본능’은 수그러들지 않았던 셈이다.
일선 현장에서는 “회의만 백날 한들 무슨 소용이 있느냐”, “공무원들의 의식이나 현장을 모르는 탁상규제는 그대로다”라는 불만들이 여전하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의 발언을 들어보면 이런 규제가 있나 싶을 정도의 불필요한 규제가 많았다.
메이크업 일만 하고 싶은데 이와 무관한 헤어미용 기술을 습득하고 국가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국회에 관련 법이 묶여 있어 규제개혁을 못 한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7대 유망 서비스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 135개 과제 중 112개(83%)는 국회 입법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정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제다.
그러면 규제개혁은 대통령이 불호령을 내리고 닦달해야만 진행되는 것일까.
일이 이런 식으로 되면 지속 가능성이 없다. 역대 정권이 하나같이 집권 초기에 대대적인 규제개혁에 나섰다가 얼마 안 가 흐지부지된 것은 왜일까. 공무원들은 대통령의 서슬에 개혁하는 시늉만 했고 이후 대통령의 의욕이 식으면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의지와 관계없이 공무원들이 규제개혁을 상시 추진할 수 있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규제총량제나 일몰제,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 관련법령 개정을 앞당기는 패스트트랙 제도 등의 도입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