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가 여당 몫의 특검 추천위원 2명을 야당과 유가족 동의아래 이행한다는 데 극적 합의했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은 20일 총회를 열어
여야 원내대표가 타결한 세월호특별법 재합의안을 표결로 최종 반대했다.
나아가 가족들은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기소권을 주는 기존 강경안을 4가족 중 3가족꼴로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혹 떼려다 혹 하나 더 붙인 격이다.
그러면서 가족들은 야당과의 협의 대신 새누리당 또는 청와대와의 직접 협상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가족의 입장을 대변하며 협상을 주도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며, 정국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나락으로 떨어지는 양상이다.
덩달아 정부조직법, 김영란법(부정 청탁 금지) 등 세월호 참사 재발을 막기위한 개혁법안과 경제ㆍ민생 활성화 법안 처리도 올스톱됐다.
대의정치의 양대 축인 여야의 합의가 국회 밖에서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초유의 사태가 펼쳐지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 합의-유가족 반대-야당의 합의한 파기-여야 원내대표 재합의-유가족 반대-야당의 재합의안 추인 유보’의 과정을 지켜보는 국민은 답답하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을 보면서 체념한다.
정치에 대한 불신 차원을 넘어서 혐오를 느끼게 한다. 여야 모두 세월호법 제정이 늦어지고 국회가 공전하는 상황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한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여야가 어렵게 일궈낸 합의안을 한사코 반대하는 것은 결국 정부ㆍ여당에 대한 극도의 불신감 때문이다.
김병권 가족대책위 대표는 새 합의안을 들고 유가족들을 설득하러 나선 박영선 원내대표에게 “그러면 지금 적하고 동침하자는 건가”라며 “이건 전쟁인데, 적을 이해하고 전쟁하느냐. 협상 파트너로 생각하면 안된다”고 했다.
여당 몫의 추천권을 아예 야당과 유족이 가져와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도 정부ㆍ여당의 입김이 조금이라도 작용하는 특검은 원천 배제하겠다는 뜻이다.
유족들과 깊숙이 접촉하는 일부 재야의 급진 세력 인사들이 줄기차게 제기해온 ‘미군 잠수함 충돌 좌초설’이나 ‘국가정보원의 국면 전환용 기획설’ 등도 유가족들의 불신감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가족들의 반대 표결 소식에 ‘패닉’에 빠진 모습이 역력하다.
새누리당도 우린 즉각 추인했는데 왜 유보했느냐며 야당 탓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유가족이 재합의안을 거부한 것은 야당만이 아닌 여야 정치권 모두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세월호 사고 때 정부가 기민하게 움직여 구조했더라면 세월호법은 거론되지도 않았을 터다.
여야가 함께 유가족을 만나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낮은 자세로 소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