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궐선거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인 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됐다.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여당 불모지인 광주·전남 지역에서 금배지를 단 것이다.
이 당선자는 지난 총선 때 광주 서을(乙)에서 득표율 39.70%로 선전한 데 이어 이번에 기어코 지역주의의 장벽을 넘었다.
그의 당선은 철벽같던 지역주의의 한 귀퉁이를 허물어버린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할 만하다.
선거구제가 1구 2인 선출에서 1구 1인 선출로 바뀐 1988년 13대 총선 이후 광주·전남 지역에서 현 여권 후보가 당선된 것은 이 당선자가 처음이다. 전북까지 넓혀 호남 지역 전체로 봐도 1996년 15대 때 군산을(乙)에서 강현욱 후보가 당선된 이래 18년 만이다.
그는 이번 선거기간 내내 ‘머슴론’을 내걸고 “이정현이 당선되면 정치가 확 바뀐다”며 지역민들에게 다가갔다.
18대 국회 때 비례대표 의원으로서 호남예산 지킴이로 활약하는 등 호남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진정성에 지역민들이 마음을 열었다고 봐야 한다. 앞으로 이 당선자는 폐쇄적인 지역주의 정치를 극복하는 아이콘으로서 활약이 기대된다.
정당민주주의 차원의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동서 화합을 견인할 정치혁명을 향한 디딤돌이 놓인 감이 짙다. 집권여당이 전국 정당의 면모를 확보했다는 상징적 의미도 있지만, 앞으로 이 당선자와 같은 여당 호남권 주자들이 더 나오고 야당의 영남 유망주들도 발분하면 한국 정치의 지역할거주의가 깨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소모적 정쟁과 정치 불신을 조장하는 고질적 지역주의가 완화하는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었다.
6·4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후보는 새누리당의 아성인 대구에서 40%대의 득표율을 올렸고, 부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오거돈 후보는 49.34%의 표를 얻었다.
호남지역에서는 무소속 후보들이 기초단체장에 대거 당선돼 야당이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속설을 옛말로 만들었다. 과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영·호남의 지역 벽을 깨기 위한 도전과 이에 대한 응원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 그것은 우리 정치가 가야 할 방향이다.
지역주의는 망국병(亡國病)이라고 해왔을 정도로 정치 왜곡의 주범이다. 특히 호남과 대구·경북에서는 특정 정당 공천만 받으면 득표율 70~80%가 보장되는 비정상적 상황이 10~20년 이어졌다.
그 때문에 이 지역 출신 정치인들은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가 아니라 당내 공천권자의 뒤만 쫓는 정치를 해왔다.
그 결과는 상대를 타도해야 할 적(敵)처럼 몰아붙이는 극단적 대결 정치였다. 이런 적대적 지역주의의 대결 구도에 좌·우 대립이 한 치 차이도 없이 고스란히 겹치면서 치유 자체가 불가능해 보이는 지금 상황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