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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대감
작성 : 2014년 07월 22일(화) 17:19 가+가-
공자를 비롯해 진시황도, 주원장도, 강희제, 건륭제를 비롯해 모택동, 등소평도, 중국사에 한 역을 담당했던 사람들은 죽기 직전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했다.
요즘의 사장님들은 워낙에 분주하셔서 그럴 짬들이 있으실까. 목구멍과 혀를 뜻하는 후설(喉舌)이니 왕의 최측근에서 왕이 내뱉는 숨소리까지 기록될 만큼 역사의 현장이 생생히 느껴지는 귀한 책자를 읽으며 천하의 왕 노릇도 절대자를 받드는 신하 노릇도 참으로 힘들다는 생각이 스쳤다. 최근 내가 만난 두 사람의 경영자, 그러니까 대표이자 사장님들도.
의사 사모님으로 어려움 없이 사시다가 요식사업에 뛰어든 분이셨다.
사업장 곳곳에 고가(高價)의 전통집기들을 비치해 둔, 정원이 시원히 펼쳐진 규모 큰 영업장. 그런데 맹신(盲信)에 가깝도록 자신의 방식만을 고집하셨다.
꽃 하나 꼽는 것에서부터 커튼 자락에 이르기까지. 즐비하게 진열된 도자기나 소품 류를 청소 후 일일이 제 위치로(그것도 자로 재듯 정확히), 애초 당신이 놓은 그대로 고수하라는 지침은 당연하지만 1년 동안 갈아치운 종업원 수가 십여 명. 다시 들이면 된다.
돈 주면 다 온다는 식의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직원들의 최장기 근무기간이 길어야 두 달.
성을 세우기는 쉽지만 성을 끝까지 지켜내기가 어렵다던가. 왕 뿐인가. 너그러운 덕목과 뛰어난 운용(運用)의 지혜를 갖춘 수장(首長)이 되기도 어렵다.
자금마련에서 영업방침, 하다못해 기계부품 조립에서 말단 청소부의 노역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챙기는 부지런한 일꾼스타일인 또 한 분의 사장님. ‘내가 하달하면 그것은 노심초사 끝에 결론 내린 것이니 이견(異見)을 달지 말라’시나 즉흥적이고 변화무쌍, 부하직원들은 그 분이 부재 중이면 말 그대로 당나라 군사가 된다.
상명하복(上命下服)은 이미 불문율로 굳어져 그 누구도 명령 없인 제 스스로는 어떤 결정도 할 수 없으니 진취적이고 능동적 자세는 사라진지 오래다.
입지(立志 뜻을 크게 가짐), 과언(寡言 말을 적게 함), 근독(謹篤 삼가고 두려워 함), 독서(讀書 글을 읽음), 소제욕심(掃除慾心 욕심을 청소함), 진성(盡誠 정성을 다함), 정의지심(正義之心 정의로운 마음을 가짐), 감화(感化 감동을 주어 변화시킴), 수면(睡眠 잠을 줄임), 용공지효(庸工遲效 공부를 늦추지도 급하게도 하지 않고 꾸준하게 함). 이 11가지는 율곡 이이 선생이 20세 때 지은 자경문(自警文)의 조항들이다.
‘이이와 성혼은 내게 벗이자 스승이었고 강서, 조충남은 내게 맑은 거울이자 못 보던 것을 볼 수 있게 하는 속눈이었다’고 하셨던 이원익 대감과 인조의 대화가 책의 첫 페이지를 차지했다.
81세의 고령으로 그동안 걸해골(乞骸骨)의 사직서를 올리기 몇 번이었던가. 제대로 걷지 못해 환관의 부축을 받고 들어온 노신(老臣) 이원익 대감이다. 방석에 앉은 채로 받쳐 들고 들어오게 했는데도 기어이 그냥 들어왔다 안타까워하며 앉기 무섭게 어떻게 하면 자신이 훌륭한 정사를 펼 수 있겠는가 물었다.
“천하의 마음과 소통할 수 있어야만 천하의 급선무를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군신 상하가 서로 통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나라를 다스리겠습니까? 그런데 성상께서는 자신의 견해만 믿고서 신하들을 경시하고 독단으로 처리하시는 일이 많아 군신 간에 서로 신뢰하지 못합니다. 국가를 다스리는 데는 요체가 있습니다. 윗사람은 그 다스림의 요체만 총괄하고 세부적인 일은 아랫사람에게 위임하여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할 수 있어야 다스림에 대해 말 할 수 있습니다.”
인조는 자신의 생각이 원대하지 못하고 식견이 부족한 탓에 자잘한 일을 살피느라 원대한 것을 놓치는 결점이 있다 시인했다.
오리 이원익 대감은 인물에 대한 칭찬이나 천거에 주저하지 않았다.
의심이 드는 자는 쓰지 말라는 게 의자불용(疑者不傭)이요. 쓴 사람의 능력은 의심을 말라는 것이 용자불의(傭者不疑)다. 작은 회사도 그렇지만 우리의 가슴을 더더욱 답답하게 하는 건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그룹을 움직이는 윗분들의 행태다.
그 탓인가. 오리 선생 같은 크고 위대한 어른이 그립고 그립다.

김 현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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