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
별 이야기
작성 : 2014년 06월 24일(화) 16:48 가+가-
뜻밖의 일이었다.
대형 건물의 로비에 자리한 운석(隕石) 전시장에서 가당찮게도 관람객들에게 설명을 해주는 중책을 맡았다. 떨어질 운(隕)에 돌 석(石)이니 말 그대로 별똥별이다. 운석 조각들을 붙여 만든 탑은 무려 300억을 호가하며 야구공 크기의 구형 운석은 시가로 60억이란다.
거액의 환금성이 문제가 아니다. 밤하늘에 무수히 반짝이는 신비한 존재, 그 별을 좋아하는 마음의 발로였으리라. 대 지주였던 선친덕택이었단다.
전 세계운석 보유량의 72%를 소장하고 계신다는 김동섭 박사님, 그 분 역시 자신의 유해를 그동안 당신이 사랑하고 연구해 온 우주로 쏘아달라던 우주 연구가 슈메이커 씨처럼 별에 취해 사신 분이었다. 대를 이어 박사님의 영향을 받은 슬하의 따님까지 운석연구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고 한다.
‘화, 목, 토, 천, 해, 명…. 지구와 쌍둥이였다는 달의 월요일은 빼고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까지 일주일 내내 하늘 바다의 명을 받아…’로 바꿔 입력해가며 지구라는 초록별을 주위의 별이름들을 외운다. 지구 곁에 자리한 샛별 금성은 비너스라는 호칭과는 달리 유황구름으로 뒤덮인 작열하는 지옥이라는 안내판을 달았다. 날개 달린 모자와 신을 신고 하늘신의 심부름꾼 역할을 한다는 메르쿠리우스, 즉, 지혜로운 동물 뱀이 감고 있는 지팡이를 든 헤르메스에 해당하는 수성은 아홉 개의 행성 중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까닭에 그런 이름을 얻었단다.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건 목성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신의 왕을 지칭하던 주피터, 바람둥이 왕은 언제나 염문을 피워 이오의 질투에 미모의 상대들은 불행히도 꽃이나 바람이 되거나 황소가 되는 수모를 겪게 하지 않았던가.
전력(前歷)에 걸맞게 제 주위를 도는 위성을 16개나 지닌 목성이다. 그러나 이오라는 가장 큰 위성이 강력한 플라스마 고리를 형성하여 목성 주위에 불규칙한 전파원이나 활발한 오로라를 일으킨다니 역시나랄까. 석질운석, 철운석, 석철운석 등등의 성분표로 가름되는 패찰과 더불어 발견지의 지명과 학명을 단 신비로운 별의 파편들을 마주하니 ‘하늘에서 별을 따다 하늘에서 달을 따다 두 손에 담아 드린다’는 광고노래가 떠오른다. 날로 새로워지는 우주과학의 발달로 별은 이제 더 이상 먼 존재가 아니다.
대다수 새까맣지만 드물게 갈색과 하얀 빛깔을 띤 별 조각 앞에서 나는 잠시 서글퍼진다.
동병상련(同病相憐), 서서히 제 빛을 잃으며 이윽고 소멸의 과정을 겪을 별의 처지가 우리의 명운처럼 안타까운 걸까. 유리표면으로 얼비치는 귀밑 머리카락 허연 여인도 낯설다.
통로를 뛰어다니는 초등학교 2학년 아이의 손을 끌어 당겨 운석 위로 얹게 했다. 소원을 빌어보라는 권유에 ‘부자가 되게 해주세요.’를 반복하며 쓰윽 쓰윽 문지른다. 영웅의 탄생과 소멸을 알리는 건 물론이요, 예로부터 부귀, 영화, 건강을 불러준다는 신의 전령사였다고 전해지는 운석. 하여 고대인들에게는 통치권 강화의 목적으로 이용되거나 검과 장신구를 제조하여 착용하기도 하였단다.
로마의 역사가 티티우스 리비우스에 의하면 지금의 터키에 운석이 떨어진 것을 축하하여 로마로 입성하던 왕의 행렬에 운석도 함께 했으며 그 돌은 이후 500년 동안이나 로마인들의 숭배를 받았다 전한다.
지금도 성지 메카의 신전에는 ‘카바’라는 운석이 신성하게 모셔져 있단다. 본디 흰색이었으나 인간의 죄로 더럽혀져 검은색으로 변한 그 돌의 주위를 돌며 이슬람들은 소원을 빌며 하와이 일본인들도 유성이 내리는 순간 기모노 앞섶을 열어 재껴 행운을 맞아들이며 우리 조상들도 유성우가 내리면 재빨리 소원을 빌었다.
‘혜성이나 소행성이 태양 주위를 공전하며 잔해로 많은 입자들을 남기는데 그 잔재가 지구의 중력에 끌려들어 대기와의 마찰로 타게 되면서 밝게 빛나며 지구로 낙하, 지성화(地性化)된 돌이 운석이라…’는 그 어려운 어휘의 대목을 보다 쉽게 설명해 주려는 친절을 베풀기도 전에 아이는 저만큼 뛰어 달아난다.
부자가 되면 그 뿐, 현대인의 조물주 자리를 차지한 물신(物神)의 위력이 일찌감치 스며든 아이의 가슴에 별 따위는 이미 관심이 없나보다. 이공사석(李公射石)이라. 정신을 집중하면 제 아무리 단단한 돌도 뚫을 수 있나니 이 세상에 불가능은 없다. 부디 아이의 소원이 실현되기를, 더불어 아이가 누군가의 별 같은 존재가 되기를 함께 기원해 본다.

김 현 임

작가·문화해설사
편집팀 기사 더보기

tdh1234@naver.com

많이 본 뉴스

종합

뉴스

시군별뉴스

오피니언

기사 목록

대한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