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죽었다. 스페인의 시대는 끝났다.”
스페인은 19일 오전 4시(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에스타지우 마라카낭에서 열린 칠레와의 2014브라질월드컵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0-2로 졌다.
스페인은 지난 14일 네덜란드에 1-5 참패를 당한 데 이어 2연패로 16강 탈락이 확정됐다. 남은 호주전(24일)에서 이긴다고 해도 결과를 뒤집을 수 없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과 2008년·2012년 유럽선수권대회 등 메이저대회를 3회 연속 제패한 ‘무적함대’의 침몰이다. 스페인 축구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처참히 무너졌다.
디에고 코스타(26·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페르난도 토레스(30·첼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30·바르셀로나), 다비드 실바(28·맨체스터시티) 등 초호화 공격진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2경기 동안 단 1골을 기록했다. 그마저도 페널티킥 골이다.
제라르 피케(27·바르셀로나), 세르히오 라모스(28·레알 마드리드),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25·첼시), 조르디 알바(25·바르셀로나) 등으로 구성된 수비진은 더욱 심각했다. 2경기 동안 7골을 내주며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특히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33·레알 마드리드)는 전성기 시절에 한참 못 미치는 경기력으로 내리막 길을 걸었다. 월드컵 최장 시간 무실점 기록 도전의 꿈은 무참히 깨졌다.
브라질월드컵에서 보여준 스페인의 실망스런 경기력에 외신들도 잇달아 혹평을 내놨다.
AP통신은 “왕이 죽었다. 새로운 월드컵 챔피언이 나올 것”이라며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프랑스와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의 이탈리아처럼 ‘디펜딩 챔피언’이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6년 동안 세계와 유럽에서 군림했던 챔피언의 시대는 끝났다”며 “네덜란드가 공석이 된 왕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또한 “이탈리아(1934·1938년)와 브라질(1958·1962년)이 보유한 2회 연속 월드컵 우승이라는 스페인의 기대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독일 축구전문매체 ‘키커’는 “칠레의 창이 세계 챔피언을 제거했다”면서 전반 20분 선제골과 전반 43분 추가골의 빌미를 제공한 사비 알론소(33·레알 마드리드)의 패스 미스와 카시야스의 펀칭, 후반 8분 결정적인 득점기회를 놓친 세르히오 부스케츠(26·바르셀로나)의 득점력을 꼬집었다.
특히 스페인 스포츠매체 ‘마르카’는 “스페인 역사상 가장 영광스러운 시대가 마라카낭에서 끝났다”며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고 비통함을 전했다.
한편 이전 대회 우승팀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것은 스페인이 역대 다섯 번째다. 과거 1950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이탈리아,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에서 브라질,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프랑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이탈리아가 조별리그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