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대개조’라는 거창한 슬로건까지 내걸고 관(官)피아, 법(法)피아를 반드시 척결하겠다던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은 거짓이었다.
안전행정부가 변호사와 공인회계사, 세무사에 대한 취업심사 예외조항을 그대로 남겨둔 채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이다. 국민적 열망을 깔아뭉개는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행 4급 이상 퇴직 공무원은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 취업 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받아야 한다. 취업 예정기업 사이에 직무 연관성이 발견되면 취업이 제한되는 강력한 규제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각종 기득권층의 적폐 사례가 적발되자 정부는 빠져 있던 변호사 등 특수직까지 포함시켜 이번 개정안에서 예외없이 전관예우 금지 원칙을 적용시키겠다고 거듭 천명해 왔다. 그런데 그 예외조항을 그대로 두고 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법조계의 전관예우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법원과 검찰의 고위직을 지내고 변호사 개업을 할 경우 한 해에 수십억원씩 손쉽게 버는 이런 행태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현직에 있을 때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고액의 월급을 받고, 퇴직한 뒤에는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로 천문학적인 수임료를 챙기는 것은 정의의 관념에 합당하지 않다.
불명예 퇴진했던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5개월 16억 원 수입’은 전관예우 법(法)피아의 민낯을 보여줬다. 대법관 퇴직 후 1년간 변호사 개업을 못한다는 조항에 따라 그는 대법관에서 물러난 지 딱 1년 후에 사무실을 열고 돈벌이에 나섰다.
많은 퇴직 대법관이 1년 동안은 법학전문대학원 같은 곳에서 교수를 하다가 슬그머니 로펌에 들어가거나 변호사 사무실을 차려 전관예우 혜택을 누리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최근 성명을 내고 “‘황제변호사’는 사법의 공정성을 해치고 고액의 수임료로 법률시장을 왜곡한다”며 대법관 출신은 적어도 2∼3년간 대법원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도록 개업제한을 포함한 대책을 촉구했을 정도다.
고위 공직자가 아닌 일선 세무서 국세청 직원들도 퇴직하자마자 자신이 근무했던 세무서 코앞에 세무회계사무소를 개업하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
세(稅)피아끼리 ‘의리’로 뭉쳐 세금을 제대로 걷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나라 곳간을 도둑질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법피아, 세(稅)피아 등을 빼고 무슨 관피아를 척결하고 전관예우를 뿌리뽑겠다는 것인지 국민들은 납득하지 못한다.
대통령의 손발이 돼야 할 안행부가 이런 후안무치한 결정을 내린 것은 대통령의 의지를 망각해서 인가, 아니면 국민을 무시해서 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