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
의료·교육 시장 개방 신중 기해야
작성 : 2013년 12월 15일(일) 17:32 가+가-
의료·교육 시장 개방 신중 기해야

정부가 최근 발표한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은 의료·교육 시장의 과감한 개방이 골자다.
대형 병원이 외부 투자가와 손잡고 자회사를 만들어 돈벌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키로 했다. 교육 법인에 투자한 외국계 펀드의 배당권도 보장하고 법인약국도 허용하겠다고 한다.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병원의 영리화는 일단 배제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영리 병원 허용의 예고편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당장 내년부터 의료법인이 기업 등의 출자를 받아 자회사를 세워 영리사업을 할 수 있게 했다. 병원은 환자치료에만 전념하고, 자회사는 의료관광 및 관련 숙박업, 약품·건강식품·의료기기 개발 등 다양한 수익사업을 진행해 병원경영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약사들이 참여하는 유한책임회사 형태의 법인약국 설립도 허가해 하나의 법인이 여러 약국을 경영할 수도 있다.
영리 병원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10여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외국자본과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데 꼭 필요한 조건이라는 이유였다. 의료서비스의 품질이 높아지고 일자리도 늘어난다는 논리도 있었다. 그러나 반대쪽에서는 병원이 영리화되면 병원비가 폭등하고 의료 서비스가 양극화될 것이라고 맞서 왔다. 결국에는 건강보험이 무력화되고 공공의료가 붕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영리 병원 허용의 전 단계는 아닌지 의심스러운 마음을 거둬들이기 어렵다.
자회사에서 시작된 영리법인 허용은 결국 병원영리화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의구심이다. 또 자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본연의 영역은 등한시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제 돈벌이 길이 트였으니,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덩치 큰 법인약국이 등장하면 기업형 슈퍼마켓(SSM)처럼 동네 양국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병원의 영리활동 허용은 제한적이라 해도 기존 보건의료체계를 흔들 여지가 없지 않다.
영리 병원은 장단점이 있지만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하다. 이번 대책에 대한 관련 단체들의 반발도 벌써부터 거세다.
무엇보다 우리의 공공의료 수준은 매우 취약하다.
이런 여건에서 병원의 영리화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의료법인의 영리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한다.
건강보험보장률을 높이고 국ㆍ공립병원을 확충하는 등 의료공공성을 강화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교육시장 개방만 해도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외국 법인의 국내 분교 설립을 허용하고 배당권을 보장한 것은 두고두고 족쇄가 될 수 있다. 국제학교·특목고의 여름방학 영어캠프를 허용한 것도 사교육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 교육시장에 외국 펀드자금을 끌어들여 투전판으로 만들 경우 그 부작용을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다.
현재 제주 국제학교들의 연간 학비가 수업료만 2500만원 선이고, 여기에 기숙사비, 통학차량비 등까지 더하면 1년에 들어가는 돈이 5000만원을 훌쩍 넘는다고 한다.
가뜩이나 공교육 기반이 무너질 위기에 처한 터에 일자리 몇개 얻자고 청소년 교육을 망쳐서야 되겠는가.
편집팀 기사 더보기

tdh1234@naver.com

많이 본 뉴스

종합

뉴스

시군별뉴스

오피니언

기사 목록

대한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