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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돈’ 국고보조금, 지원체계 확 뜯어고쳐라
작성 : 2013년 12월 09일(월) 17:51 가+가-
국고보조금은 역시 ‘눈먼 돈’인가. 검·경이 최근 발표한 국고보조금 비리 내용을 보면 “보조금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란 세간의 말이 결코 틀린 게 아니었다.
국고보조금을 받을 자격을 거짓으로 꾸미거나 지정한 용도 외에 사용한 사례들이 부지기수였다.
이 과정에서는 어김없이 공무원의 ‘검은손’과 결탁돼 있었다.
그 유형과 규모가 예상을 훨씬 초월해 입이 딱 벌어질 지경이다.
검찰과 경찰이 지난 6월부터 국가보조금 관련 비리(非理)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서 3349명을 입건하고 이 중 127명을 구속 기소했다. 이들이 부당하게 지급받거나 유용한 국가보조금은 1700억원에 이른다.
복지 분야 부정 수급액이 40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고용·농수축산·연구개발·문화·체육·관광 등 보조금이 나가는 거의 모든 분야에 부정과 비리가 퍼져 있었다.
국가 재정관리에 큰 구멍이 뚫려 있는 게 분명하다.

비리 유형은 ‘천태만상’이라 표현할 만했다. 한 사업자는 복지시설 지원용 보조금 160억원을 받는 과정에서 공무원과 짜고 공사 기성률을 조작해 18억여원을 빼돌렸다.
그는 이 돈으로 고급 아파트 월세를 내고 고급 외제차를 굴리며 떵떵거리며 지냈다.
또 경영이 부실한 다른 회사 소유의 리조트들을 담보로 제공해 72억원의 해외농업개발기금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리조트의 담보 부실로 회수가 어려워져 1만 2000여명의 리조트 회원이 피해를 입게 됐다.
이 외에도 어린이집 원장들은 보육 교사와 원생을 거짓으로 등록하고 어린이 보육 관련 보조금과 특별활동비 94억원을 가로챘다.
어느 직업훈련원 원장은 북한 이탈 주민들로부터 1인당 50만~200만원을 받고 가짜 수료증을 발급해줘 이들이 정부의 직업훈련 장려금 6억원을 타낼 수 있도록 했다.
농업 분야에서는 브로커가 개입한 경우도 있었다.
국가보조금은 지난해 기준 46조4900억원으로 전체 국가 예산의 14%를 차지한다. 이렇게 규모가 엄청난데도 종류가 수백 가지나 되고 사업마다 지원 요건이 다른 데다 내용이 복잡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농수산 분야도 종류가 많고 액수만도 1조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이번 수사에서 밝혀졌듯이 서류 점검 등 현장검증 체계가 허술하다 보니 공짜 돈이란 인식이 도처에 깔려 있다.
이번에 검찰과 경찰의 단속에 걸린 사례는 물 위로 드러난 빙산의 한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감사원 감사나 정부·지자체의 자체 감사로 밝혀낸 보조금 비리 사건도 수없이 많다.

혈세가 구멍난 틈으로 줄줄 새니 정책 효과는 반감되고, 도덕적 해이는 전염병처럼 번진다. 세금을 내는 국민 허리가 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통합정보망 구축과 상시적 정부합동단속반 편성만으로는 국고보조금 누수를 막을 수 없다.

우선 공무원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보조금 지원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거나 사후관리가 되지 않음으로써 공무원 스스로 비리 중심에 서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 조사에서도 부정 수급을 알면서도 눈감아주거나 공모한 공무원이 10여명에 이르렀다.
이를 위해 국고보조금 상시감사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보조금 도둑질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부정 수급한 자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전액 환수하고, 엄한 처벌을 해야 한다.
예산만 늘린다고 해서 '복지 시대'가 열리지는 않는다. 복지 예산과 국가보조금이 엉뚱하게 새 나가는 구멍을 찾아내 바로잡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돈을 써도 효과를 낼 수 없다.
국고보조금 비리는 뿌리가 매우 깊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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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h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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