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이 주도해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참여하기로 사실상 결정했다.
현오석 부총리가 최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기존 참여국과 예비 양자 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것은 때늦은 감이 있다.
정부가 미국 일본 호주 등 12개국이 추진하는 TPP에의 참여를 늦춰 왔던 것은 최대 무역국인 중국의 입장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TPP는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경제공동체다.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전 세계의 38%, 무역량은 28%를 차지한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로서는 TPP 참여로 얻을 경제적 이익을 무시할 수 없다. 참여할 경우 협정 발효 후 10년간 2.5∼2.6%의 실질성장이 기대된다고 한다. 불참하면 0.11∼0.19%의 GDP 감소가 예상된다는 분석도 있다
12개국 중 한국이 FTA를 맺지 않은 나라는 일본,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5개국뿐이다. TPP 협상 참여는 이들 5개국과 수준 높은 FTA를 동시 체결하면서 미국, 멕시코 등 나머지 7개국과는 기존 FTA 수준을 높이려는 것과 같다. 따라서 TPP 협상 참여는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그동안 TPP 협상 참여에 대해 신중히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TPP 협상은 참여해도 문제, 빠져도 문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해법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만큼 협상 참여에 따른 이해득실은 계산이 쉽지 않다.
그러나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무엇보다 농수축산업과 중소제조업의 피해가 우려된다. 그럼 만큼 한·미 FTA 못지않은 논란이 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당장 호주와 뉴질랜드의 우육제품과 농산품 개방도 문제이지만 일본과의 시장개방에서의 득실도 큰 과제다. 일본 언론은 “한국의 참여를 인정하는 조건으로 자동차 관세에 대한 철폐를 요구할 생각”이라며 “일본차와 경쟁을 피하고 싶은 한국엔 높은 허들(난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수입되는 전자부품이나 승용차 관세는 8%, 트럭은 10% 수준이다. 국내의 반대 여론도 만만찮다. 지난달 15일 TPP 공청회에서는 농민단체들이 공청회 중단을 요구하며 큰 소란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의 TPP 협상 참여로 중국과의 관계에서 초래될 수 있는 변화도 고려해야 할 변수다. 한국이 중국과 FTA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배제되는 TPP 협상에 참여하는 것은 양국의 관계를 불편하게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거대시장인 만큼 중국과의 관계가 나빠지면 우리 경제는 큰 어려움을 당할 수밖에 없다. 불안정한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한국이 중국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국은 경제적인 면뿐 아니라 외교안보 면에서도 미국 못지않게 중요한 나라인 것이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TPP 같은 다자간 FTA를 마냥 외면하고 있을 수는 없다. 협상 불참에 따른 불이익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TPP 협상에 참여하려면 먼저 공론의 장을 통해 경제적·외교안보적인 득실을 충분히 따진 뒤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TPP 참여를 공식 선언한 것은 아니다. 참여를 선언해도 실제 가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마이클 프로먼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기존 12개 회원국의 협상이 끝나야 새 참가국의 합류 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TPP 협상 타결 시점도 내년으로 넘어간다. 준비할 시간을 그만큼 번 셈이다. TPP를 경제영토 확장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을 짜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