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소득이 2만40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이는 지난해보다 5.9% 늘어나는 것으로 사상 최대치다.
우리나라는 2007년 처음 2만 달러대에 진입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다시 1만 달러대로 떨어졌다. 3% 가까운 경제성장으로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커졌고 원화강세도 큰 힘이 됐다.
그러나 국민소득이 7년째 2만 달러대에 머물면서 ‘중진국 함정’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선진국의 경제 모델을 쫓아갈 때는 고도성장을 했으나 중진국에 도달한 이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1960, 70년대 잘살았던 브라질 아르헨티나가 그랬다. 일본은 국민소득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가는 데 5년, 3만 달러에서 4만 달러로 진입하는 데 3년이 걸렸다. 저성장 속에서 성장 잠재력 자체가 떨어질 것이라는 걱정도 크다. 이러다간 선진국으로 가지 못하고 주저앉을 수 있다.
문제는 저출산ㆍ인구고령화로 성장잠재력이 크게 훼손되기 전에 3만달러, 더 나아가 4만달러 고지를 밟을 수 있느냐다. 우리에게 시간은 많지 않다. 저출산으로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연평균 42만명씩 감소하고 급속한 인구고령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에 따른 내수위축, 노동력의 질과 양 저하로 인한 성장잠재력 약화가 예고된 마당이다.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질 때마다 가계소득이 연간 4조6,000억원, 국세수입이 2조2,000억원, 취업자가 7만6,000명 감소한다니 보통 일이 아니다.
우리가 2017년께 1인당 GNI 3만달러대에 진입하려면 잠재성장률을 4%대로 유지하고 복지확대 추세 속에서도 재정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 내수ㆍ수출이 선순환을 이루고 경제구조 고도화, 생산성 향상도 뒤따라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려면 정부와 여당이 공약이행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성장률과 소득분배 효과를 높이는 쪽으로 정부 예산안과 경제정책을 꾸려가고 야당과 협력해 지속성장이 가능한 분위기를 돋워야 한다.
평균 소득 수준은 다소 높아졌지만 서민 생활은 더 팍팍해졌다. 먼저 소득 양극화 지표로 쓰이는 '소득5분위 배율'을 보면 올 9월말 현재 상위 20%인 고소득층(5분위 계층)의 가처분소득이 하위 20%인 저소득층(1분위 계층)의 5.05배로 나타나 지난해의 4.98배보다 더 나빠졌다. 가계부채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5분위 가구의 부채는 줄어든 반면에 1분위 가구의 부채는 무려 24.6%로 크게 늘어났다. 국민소득이 늘어나는 데도 계층별 경제력 격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국민 대다수의 살림살이가 어려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뿐 아니다. 성장의 과실을 분배하는 데 있어서도 가계가 가져가는 몫은 갈수록 줄어들고 기업이 많이 가져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노동소득분배율이 지난 2007년 61.1%에서 지난해 59.7%로 해마다 감소했다. 소득의 많은 부분이 기업과 외국인 투자자에게 돌아가면서 근로자의 몫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개개인의 주머니 사정이 좀체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경제성장의 혜택이 특정한 계층이나 집단에 쏠려서는 안 될 일이다. 서민과 중산층에게도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돌아가는 환경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빈부격차를 좁히고 중산층을 보강하는 정책이 절실하게 요청된다.
경제구조의 고도화, 생산성 향상으로 내·외수에서 선순환을 이뤄 성장률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양호한 경상수지와 재정건전성 등 장점을 살리고 바닥을 기는 투명성지수 등은 하루빨리 개선해야 하겠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이르면 2016년, 늦으면 2020년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에 진입할 것으로 본다. 연간 잠재성장률이 4%대를 유지하고 수출과 내수가 선순환을 이룬다는 조건에서다. 하지만 대기업은 돈이 많아도 투자할 곳을 못 찾고, 중소기업은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크지 못하고 있다.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들을 찾아내 수술하고, 첨단 기술을 활용해 산업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