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중 엔진정지” 나에게 달려있다
동부소방서 현장대응과장 김병주
현재 우리나라는 기름 한 방울 나는 곳이 없지만, 자동차를 이용해 많은 편리함을 영위한다. 몇 만 리나 되는 아주 먼 곳에서부터 원유를 운송, 정제, 주유해준 덕분이다.
그러나 기나긴 여정 속에 깃들인 기름 한 방울의 고마움을 잊고 살아간다. 물고기가 물의 고마움을 모르고 살아가는 것처럼, 더구나 우리는 편리함과 안락함을 위하여 중요한 기름을 마구 태워버리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는 기름 값은 1ℓ당 2000원에 육박하여 주유하기가 두려워지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높은 기름 값이 아니라 주유 중 폭발사고이다. 주유소에서 발생하는 화재의 약 40%가 정전기 또는 스파크에 의한 사고이기 때문에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기 전에 운전자가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엔진을 정지하는 것’이다.
주유 중 엔진을 끄지 않은 상태에서 인화점이 낮은 휘발유 등을 차량에 주유시 엔진구동으로 발생한 전기적 스파크나 정전기가 주변에 체류 중인 휘발유 유증기(기름방울이 안개형태의 증발기체 상태로 공기 중에 분포되어 있는 상태)에 착화되어 자칫 잘못하면 순식간에 대형화재와 참변으로까지 이어질 개연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주유취급소에는 우리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많은 양의 위험물이 지하탱크에 저장되어 있다. 그래서 주유하는 사람은 누구나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연간 1000여 건이나 발생하는 주유소 화재 가운데 대부분이 셀프주유소에서 발생하고 있고, 주유 중 엔진정지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외국 한 석유회사는 주유 중 4가지 안전 법칙을 강조하고 있다.
1) 엔진을 끈다. 2) 담배를 피지 않는다. 3)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고 차 안에 두거나 끈다. 4) 주유 중에는 차안에 다시 들어가지 않는다. 대표적인 사고로 주유하는 동안 전화기를 자동차 트렁크 위에 놓았는데 전화가 걸려 오면서 불이 붙어 차와 주유기를 모두 태운 사고 등이 있다.
우리나라도 주유 중 엔진정지 제도를 2004년 이후 시행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주유취급업소에 1회 50만원, 2회 100만원, 3회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운전자들이 이를 모르는 경우가 많고 알더라도 귀찮아서 실천하지 않는다. 특히 주유소 측에서도 여름이나 겨울철 냉난방 때문에 운전자들에게 이를 요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자동차에 기름을 주유하는데 평균 3분 정도가 소요된다. 3분 동안 소비되는 기름이 얼마 안 된다고 치부할 수도 있으며, 혹자는 이 무더운 날씨에 지금까지 운행하면서 자동차 안에 시원하게 냉방을 해놓았는데 시동을 정지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소연도 한다.
그러나 주유 중에 엔진을 정지함으로써 자동차내의 탁한 공기를 환기시켜 주는 것도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되며, 꼭 필요한 것은 자동차 연소열로 인한 화재를 예방하자는 것이다.
주유 중 엔진정지는 이외에도 장점 두가지가 더 있는데, 하나는 에너지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주유 중 증발되는 휘발유는 리터당 0.74g이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계산했을 때 한해 638만 리터, 약 100억이 넘는 금액이 소비자의 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는 셈이다.
또 다른 하나는, 저탄소 녹색성장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대기 중 탄소발생을 억제하여 대기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 중형자동차의 경우 1초에 0.5~0.6g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된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차의 수가 약 1800만대임을 감안할 때 주유 중 대기에 뿜어져 나가는 배기가스는 엄청난 양이 될 것이다.
고유가시대를 맞아 유류비도 절약하고 환경오염도 줄이면서 나와 내가족의 안전도 지킬 수 있는 일석삼조(一石三鳥)의 아주 작은 습관, 내가 먼저 지키는 주유 중 엔지정지, 진정한 세계속에 ‘행복한 창조도시 광주’로 도약하기 위한 또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 또,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 오히려 어색한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