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의 수입제품들이 국내에서 과도하게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소비자들이 독점 수입업체들의 독과점 횡포로 ‘봉’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너배의 가격 차이는 기본이고 생수 등 식료품에서 화장품, 가방 등 명품, 아웃도어 제품, 자동차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오스트리아산 와일드알프 생수의 수입단가는 447원, 하지만 시중에선 3750원, 수입가격보다 8.4배나 비싸게 팔린다. SK2 에센스도 수입원가는 5만145원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판매되는 소비자가는 19만9000원으로 약 4배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가격 거품에 대한 지적에도 수입화장품 수요는 여전히 넘쳐난다. '싼 게 비지떡' '비싸야 잘 팔린다'는 인식이 국내 소비자에게 팽배해 있는 것이다.
코카콜라는 최근 3년간 국내 판매가격을 47.7%나 올렸다.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의 국내 판매가는 미국의 4.2배에 달했다. 일본과 비교해도 두 배가량 비싸다.
명품 시계며 가방은 더하다. 이탈리아 아르마니 시계는 한국에서 95만원짜리가 미국 64만원, 일본 59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유통·마케팅과 인건비를 감안해도 미국·일본보다 가격이 30% 이상 높은 것은 폭리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터무니없는 가격 구조의 이면에는 독점 수입업자와 해외 본사들의 가격 부풀리기가 있었다. ‘베블렌 효과’처럼 ‘한국에선 비싸야 잘 팔린다’며 허영심을 겨냥한 고가 정책을 펼친 데 따른 것이다. 수입제품은 해외본사에서 한국 수입업체, 유통판매처를 통해 소비자로 오는 4단계를 거치는데 중간에서 해외본사와 수입업자들이 과도한 마진을 챙기는 것이다.
이를 바로잡으려면 이제라도 일부 수입품의 경쟁 제한적인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마땅하다. 독점 수입권자가 아닌 다른 수입업자의 병행수입을 활성화시키고 판매경로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병행 수입이란 국내 독점 판매권을 가진 수입업자가 아닌 다른 수입업자도 같은 물품을 들여와 파는 것을 말한다. 국내 병행 수입은 1995년 허용됐다. 하지만 20년이 다 되도록 아직 걸음마 단계다. 수입품 가격 인하에 제법 역할을 하긴 했지만 AS 미비, 짝퉁 판매, 반품 불가 등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다.
병행 수입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독점 수입업체의 횡포와 견제를 막을 장치가 필요하다. 독점 수입업체는 병행 수입업체가 등장하면 갖은 수를 써서 문을 닫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병행 수입품을 판매한 대형마트 관계자가 “밤길 조심하라”는 협박까지 받았다니 말이 되는가.
불필요·불합리한 규제도 없애야 한다.
일각의 빗나간 소비행태도 사라져야 한다. 고가 수입품에 맹목적으로 집착하는 과도한 허영심은 판매 업체들에 좋은 먹잇감이 된다. 소비자들이 더 이상 봉이 되지 않으려면 브랜드에 현혹되는 과시욕에서 벗어나 품질을 꼼꼼히 따지는 실속적이고 합리적인 소비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고가 마케팅이 통하는 소비자, 바가지를 쓰면 더 좋아하는 나라에서 굳이 가격을 내릴 기업은 없다. 소비자가 깐깐하고 무서워야 판매자도 눈치를 보는 법이다. 한국 소비자, 이젠 수입품의 봉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