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한(시인.목사)
11월 11일이 빼빼로데이, 가래떡데이로 아는 사람은 많아도 정작 이날이 농민의 날인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도시인은 물론 정작 이날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농민들 조차 대다수가 알지 못한다.
11월 11일이 농민의 날이 된 것은 한자(十一)을 합치면 토(土)가 된다는 의미로 1996년 우리 농업, 농촌의 소중함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정부의 법정기념일로 정해졌다 한다.
11일 서울 광장에서 열린 농업인의 날 행사에 농림식품부 장관, 농협 중앙회장 등 농업 관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 행사를 열기는 했으나, 그렇게 행사마다 나타나는 대통령의 모습이나 기념사는 물론 중요 언론매체의 보도도 없었다. 한국의 농촌은 곧 한국의 얼이요 혼이라 생각하는데 농촌의 인구가 급격히 감소된 산업화, 도시화의 현상에서 정치논리로 볼 때도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에게 별볼일이 없게 여겨지는 현상이 가슴 아프다기 보다 서글프기 조차하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이라는 깃발을 흔들며 환호했던 기억이 역력한데 어쩌다 농촌이 이 지경이 되었는지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접어 버리기에는 막연한 아쉬움을 떠나 문제점을 제시하지 않을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이 순간에도 필자는 농민의 농사가 천하의 모든 것의 근본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찌 농사와 농민을 경제 논리로만 따질 수 있는가? 이 나라를 먹여 살리다시피 한 전라도의 인구가 충청도에 뒤지게 된 현실에서 정신차리라 하면 할말이 없다. 그러나 농촌을 도외시한 정부의 모든 정책은 그야말로 인간의 숫자놀음이 아닌 하늘의 진노를 두려워해야 할 것을 상기시키고 싶다. 오늘 필자는 가까운 시골길을 지나다 말로만 듣던 배추밭을 직접 트랙터로 갈아 업는 현장을 목격하였다. 그 옆에 잘 자란 무우밭 1,000여 평도 있었는데, 이 무우밭도 갈아 업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농부의 표정은 바로 절망, 그것이었다. 이유인즉 서울 가락시장에서 11월초 배추값이 10kg(3포기) 당 3,000원 정도이니 작업비, 운임을 제하면 출하값은 10kg에 1,000원(포기당 3,000원선) 정도라니 무슨 말로도 위로 할 수 없었다. 무우는 5t트럭 한대 분량(약 9톤)이 상품은 400만원, 중품은 250만원, 하품은 150만원 정도이니 운송비 60~70만원을 제하면 하품은 작업비도 충당이 안돼 갈아 업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농산물 가격이 이처럼 폭락한 이유에 대하여 저마다 여러 진단을 내 놓고 있으나 현 정부가 들어 서면서 농민은 아랑곳 없이 무조건 물가안정을 내세워 도시민 위주의 물가정책을 편 결과 농촌의 실정은 전혀 무시되고 고령화에 따른 일손부족과 이에 곁들여 두 배에 가까운 농업생산비 상승(인건비의 경우 2년 전 대비 70~100% 상승) 등에 대한 대책은 완전히 외면당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소농위주의 밭농사가 더욱 어렵게 된 것은 논농사는 상대적으로 전업농이 많고, 기계화도 상당히 진척돼 경쟁력이 있지만 밭농사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1994년부터 밭 기반정비가 시작되긴 했으나 전체 밭 면적의 13.7%에 불과하며 논농사는 기계화 율이 94% 수준이나 밭농사는 일손이 제일 많이 드는 파종과 정식 부분의 기계화 율이 5%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촌은 어차피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포기해서 안 되는 것은 정부의 농촌지원에 대한 의지만 확고하다면 얼마든지 대책은 있다는 점에서 농민들의 원성은 드높을 수밖에 없다.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들 농촌정책을 살펴 보면서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므로 더 이상 농촌에 대한 홀대와 무관심은 개선되어야 하며 얼마든지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 또한 버리지 말아야 한다.
한가지 예를 들어 밭농사는 영세소농중심이고 소량다품종 구조로 농기계 구매력이 취약한데다 채산성이 낮아 생산업체도 연구개발을 기피하는 만큼 세제혜택과 개발비지원 등을 강화해야 한다. 최근 마늘 주산지인 고흥에서 마늘 자동파종기가 개발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