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화법 만들땐 언제고 이제와 위헌이라니...
끊임없는 정쟁 탓에 국회가 반신불수인 상황에서 여야가 이번에는 ‘국회선진화법’ 개정 문제로 충돌을 빚고 있다. 새누리당은 법 개정안을 이른 시일 내 제출하겠다고 공표했으며, 헌법소원 심판 청구도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적의원 5분의3 찬성’으로 돼 있는 쟁점 법안 의결 요건을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되돌려 야당의 발목 잡기에 국회가 식물국회로 전락하는 폐단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강력 저지 방침을 천명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이란 다수당 출신이 맡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 전시 또는 사변과 같은 국가비상사태’로 엄격히 제한하고, 직권상정 효력을 갖는 신속처리법안의 의결 요건을 재적 5분의 3 이상으로 강화한 국회법 제85조를 말한다. 새누리당은 이 조항이 ‘과반수 출석, 과반수 찬성’을 규정한 헌법 제49조에 위배된다며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은 다수당의 강행 처리와 소수당의 물리적 저지로 빚어지는 ‘폭력국회’를 막겠다며 지난해 5월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불과 불과 2년도 안 돼 용도폐기를 논하는 상황에 직면한 정치 실종의 현실이 안타깝다.
국민 모두가 지켜보듯 지금 국회는 반신불수의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9월 개회된 정기국회의 100일 회기 가운데 어제까지 73일 동안 여야는 법안 한 건을 처리하지 못했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논란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로 의사일정이 줄줄이 뒤로 밀린 탓이다. 여기에다 야당의 동의나 협조 없이는 어떠한 안건도 처리를 할 수 없도록 돼 있는 국회선진화법도 이에 한몫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44개 가운데 43개가 어제까지 평균 227일간 국회에서 잠자고 있고, 심지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경우 481일째 발이 묶여 있는 게 지금 국회의 난맥상이다.
새누리당 입장에서 보면 이를 돌파하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한다지만 이치에 맞지는 않는다. 국회선진화법이 새누리당 주장처럼 국회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건 사실이다. 다수결의 원칙을 일정부분 제한하는 것이어서 민주주의 기본정신에 배치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
허나 법이 통과된 지 이제 겨우 1년반밖에 안 지났다. 우리나라에 맞지 않는 제도로 판명됐다는 얘기만 할 때가 아니다.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모두 뜯어고치려고 한다면 법의 원래 취지는 사라지고 누더기로 전락할 뿐이다.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만든 법이 아닌가. 이제 와서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면 입법부의 존재 자체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다.
새누리당이 법 개정안을 내겠다지만 민주당이 반대하는 이상 ‘5분의 3 요건’ 때문에 원천적으로 개정이 불가능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법이 아니라 여야가 서로를 포용하고 설득할 수 있는 정치력이다. 힘으로만 해결하려 하지 말고 타협과 협상의 미학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 국민들은 오랜만에 몸싸움과 쇠망치ㆍ최루탄이 없는 국회를 보고 있다. 이제 와서 폭력이 난무하는 과거로 되돌아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 개정까지 들고 나올 정도로 여권의 사정이 어렵다는 것을 민주당이 마냥 외면해서는 안 된다. 최근의 민주당 행태를 보면 국정 발목잡기가 다소 심한 감이 없지않다. 정기국회가 종점을 향하고 있는데도 주요 법안과 예산안에 손도 대지 않고 있으니 말이 되는가.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수사와는 별도로 국회는 정상적으로 운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