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원 열사 유족 배상 청구권도 소멸 판결 “반인륜 범죄 면죄부”
5·18 정신적 손해배상 소멸시효 지났다는 정부 항소 인용 이어져
민변 “보상금 지급 아닌 헌재 위헌 결정 나온 시점부터 계산해야”
작성 : 2023년 10월 31일(화) 17:27 가+가-

항소심 법원이 5·18 정신적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 5·18유공자 유족이 소송을 늦게 제기해 배상 청구권이 사라졌다는 정부의 주장을 연이어 받아들이면서 ‘국가 폭력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소멸 시효 제도라는 법적 안정성보다 중대한 인권 침해 사건의 국가배상 청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있었는데도 신속한 권리 구제를 해야 하는 정부의 책임을 면해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달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제2민사부(양영희·김진환·황진희 고법판사)는 고 윤상원 열사(1950~1980)의 어머니와 형제·자매 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5·18민주화운동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깨고 원고 일부 패소로 판결했다.
윤 열사는 1978년 광주 광천동 들불야학에서 노동권과 평등 사회의 중요성 등을 가르치며 노동·빈민·학생·문화 운동의 선구·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윤 열사는 1980년 5월 민족 민주화 대성회·민주수호 범시민 궐기대회 주도, 투쟁위원회 조직 등으로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다.
윤 열사는 같은 해 5월 26일 궐기대회 결의문에서 항쟁을 군사 정변을 거부하는 민주화운동으로 정하고, 광주의 슬픔·고통·절망을 함께 느끼고 끝까지 끌어안아 역사를 바른 길로 이끌었다. 다음 날 새벽 시민군 대변인으로 옛 전남도청을 지키다 계엄군 총탄에 맞아 산화했다.
윤 열사의 어머니와 형제·자매 6명은 “헌정 질서 파괴 범죄에 정당하게 맞선 윤 열사가 군의 계획적인 살상 행위로 숨진 만큼, 정신적 고통을 국가가 배상하라”고 2021년 11월 민사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들이 각 청구한 금액의 36.8%~39%를 인정했으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윤 열사 어머니에게 1심보다 적은 위자료(윤 열사 고유 상속액 포함)만 인정했고, 형제·자매 6명에게는 고유 위자료 채권이 없다고 패소 판결했다.
윤 열사 형제·자매가 소송을 늦게 제기해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이면서다.
정부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손해·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안에 행사해야 한다는 민법을 토대로 소멸 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불의한 국가 권력이 저지른 반인권 범죄에 면죄부를 주고, 국가폭력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규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