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도박 현장 체포 외국인 집단탈주
수갑 안채우고 감시도 소홀… 10명 창문으로 탈주
작성 : 2023년 06월 11일(일) 17:29 가+가-

경찰이 도박 혐의로 붙잡힌 외국인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수갑을 채우지 않고 전담 감시 인력도 두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집단 탈주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11일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40분께 광산구 월곡동 월곡지구대 회의실에서 베트남 국적의 외국인 10명이 창문을 통해 달아났다.
이들은 이날 오전 3시께 ‘월곡동 한 주택 2층에서 집단 도박을 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 체포됐다. 현장에서는 총 23명이 도박을 하고 있었다.
붙잡힌 이들은 조사를 위해 월곡지구대로 임의동행됐다. 이들은 지구대 내부 경찰 회의실에서 기다리며 순차적으로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일당 중 10명이 대각으로 15도 가량 열리는 창문을 통해 도망쳤다.
경찰은 검거 3시간 40분 만에야 이들의 도주 사실을 확인하고 추적에 나섰으나 현재까지 오리무중이다.
당시 검거된 이들에게는 수갑이 채워지지 않은 데다 감시 전담 인력도 없었던 탓에 일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이들은 수갑이 채워질 수 있는 대상이지만 조사에 순순히 응하겠다는 태도로 나오면서 의무 착용 범주에서 벗어났다.
피의자 유치 및 호송 규칙이나 범죄수사규칙 등 지침에는 피의자가 도주, 극단적 선택, 폭행 등을 가할 염려가 있어보일 경우 수갑을 사용할 수 있다고 적시됐다.
수갑 없이도 별다른 말썽을 부리지 않자 경찰의 감시 태도도 누그러졌다. 당시 지구대에는 직원 7명과 지원을 나온 기동대 5명이 투입돼 있었지만 감시를 전담하는 인력은 별도로 없었다. 이따금 회의실과 조사 공간을 오가며 동태만 확인했을 뿐이다.
나아가 회의실 내부에는 폐쇄회로(CC)TV도 설치돼있지 않은 탓에 이들의 도주가 언제부터 이뤄졌는지도 불명확하다.
경찰 관계자는 “수갑 착용 여부는 현장 지휘자의 판단에 따라 달렸다. 조사 당시 이들이 순순히 협조하겠다는 태도를 취해오면서 이같은 일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을 모두 붙잡은 뒤 정확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했다.
한편 경찰은 도망친 외국인 일부가 타인의 신분을 도용한 점을 확인하고 신원 재조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이들이 붙잡힌 곳 일대를 중심으로 형사 90여 명을 동원해 추적을 벌이고 있다.
/나광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