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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현안사업 공론화 가이드라인이 없다
광주, 도시철도2호선 첫 실험… 전남, 공론화위 구성 안돼
법적 근거도, 기준도 없어 옥상옥, 남발, 예산 낭비 우려
공정성, 대표성, 신속성, 의제 설정 등 섬세한 행정 필요
작성 : 2018년 11월 12일(월) 17:29 가+가-

광주지역 최대 현안인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둘러싼 16년간의 찬반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시민참여형 숙의 공론화를 계기로 “생활민주주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호평이 이어지는 가운데 숙의민주주의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우선 법적 근거와 기준 마련이 시급하고, 공정성과 대표성, 신속성을 담보할 행정적 장치가 필요한 상황이고, 그렇지 못할 경우 옥상옥의 남발과 이에 따른 예산 낭비와 시민적 피로감이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2일 광주시에 따르면 도시철도2호선 공론화위원회는 이날 ‘건설 찬성’을 골자로 한 권고안을 이용섭 시장에게 전달하는 것을 끝으로 118일 간의 공론화 여정을 마무리했다.
준비모임과 본회의 등 16차례의 회합을 표결이 아닌 합의로 결정했고, 2500명의 시민 여론조사를 거쳐 지역과 나이, 성향별로 250명을 선별해 1박2일 합숙토론 등을 거친 점, 주요 과정과 공론화 결과 발표 등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한 점, 반대측이 하루 만에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 점에서 “생활민주주의의 이정표를 세웠고, 민주도시의 위상을 어김없이 보여줬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서울과 대전에서는 현장 벤치마킹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첫 시험대에 오른 시민참여 공론화의 성공적 마무리에도 불구, 숙의형 민주주의가 연착륙하기 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법적 근거와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광주시의회 김용집(남구1) 의원은 지난 5일 행정사무감사에서 “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는 시민권익위원회가 시와 의회도 제동을 걸 수 없을 만큼 사실상 최고기구로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며 공론화위를 구성했는데, 법적 근거와 설치 기준이 먼저 마련됐어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이정석 광주시 시민소통기획관은 “(공론화를 주도한) 권익위는 현재 자문위원회 역할에 그치고 있다”며 “조만간 조례 제정 등을 통해 공식 설치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신고리 5·6호기와 대입 개편, 부산 BRT와 제주도 영리병원, 경남 김해 소각장 공론화처럼 필요할 경우 설치와 해산을 반복하는 일회성으로 그칠지, 경남 창원처럼 공론화위원회를 상설기구로 둘지는 결정된 바 없다.
단, 도시철도2호선 공론화위에서 공론화의 성과와 필요성을 강조한 뒤 ‘이미 결정된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아니라 새로운 정책 결정에 앞서 시행하는 의사 수렴 과정으로 보다 유용한 만큼 매뉴얼을 만들어 추가 시행에 대비할 것’을 권고했고, 이용섭 시장도 “시민의견이 꼭 필요한 현안에 대해선 공론화를 활용하겠다”고 밝혀 선별적 운용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법적 근거와 기준이 서둘러 마련되지 않을 경우 군 공항 이전이나 도심공원 일몰제, 한전공대 설립, SRF(생활쓰레기 고형폐기물 연료) 열병합발전소 가동 논란 등 현안마다 건건이 공론화 요구가 봇물을 이룰 수도 있다. 기초자치단체로까지 현안 공론화가 확산될 경우 자칫 ‘공론화 피로감’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시장이 “공론화 등 직접민주주의 방식을 활용하되, 결코 남용하지는 않겠다”고 밝힌 점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현재 광주와 전남에서는 광역 단위인 광주시만 첫 운용했을 뿐, 전남도나 광주와 전남 27개 기초자치단체에는 공론화위가 구성된 곳이 없다.
도시철도2호선 공론화 과정에서 드러난 시 산하 공기업의 개입과 중립성 훼손 논란도 시행착오로 보기에는 공정성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고, 몇 백명으로 시민 대표성을 보장할 수 있느냐도 추가 공론화 시 논란거리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거꾸로 시민참여단을 늘릴 경우 예산 부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찬반 비율이 비슷한 핫이슈나 의제와 달리 애초부터 찬성이나 반대 쪽 의견이 월등하게 많아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일 경우 공론화 결과도 불 보듯 뻔하게 나오면 예산 낭비 논란과 ‘반대측 재갈물리기 아니냐’는 곱잖은 의견이 제기될 수도 있어 공론화 주제와 의제 설정에도 진중한 판단과 섬세한 행정이 요구된다.
공론화위 한 관계자는 “공론화는 잘 운용하면 빛나지만 남발하거나 잘못 운영되면 공론(空論)에 그칠 수 있다”며 “적재적소에 엄격하고 세밀하게 활동이 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명준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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