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의 첫 프로젝트인 현대차 광주 완성차공장 합작법인 설립 및 투자 협상의 첫 관문이자 최대 관건이던 노정(勞政) 합의, 즉 광주시와 지역 노동계 간 합의 도출이 진통 끝에 성공하면서 관심사는 자연스레 현대차와의 본협상을 앞두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로 모아지고 있다.
지역 단위의 기본합의가 이뤄진 데다 풀어야할 과제도 여러가지에 달해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합의문이 현대차와 노동계간, 노사 이견을 좁힌 것이어서 최종 합의는 이른 시일 안에 이뤄질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이용섭 광주시장과 원탁회의 참가자 7인이 발표한 노정 합의문은 크게 기존 7인 원탁회의를 확대한 8인 투자유치추진단 구성 및 투자협상팀 설치, 지난해 6월 체결된 ‘광주형 일자리 모델 실현을 위한 기초협약’을 기본 토대로 한 유연한 협상, 경영수지 분석 등 개별 조치 병행, 부품업체 노사 의견 존중 등 12가지 사항을 담고 있다.
또 합작법인의 대주주로 나설 시는 원탁회의에서 전문가 등이 제안했던 (가칭)자동차산업정책연구원 설립과 노정간의 상시 대화기구인 (가칭) 노정협의회 구성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추진단은 광주형 일자리 모델과 성공적 투자유치 구현을 위한 협의체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고, 현대차와의 협상을 직접 담당할 협상팀의 구성과 협의는 광주시가 맡기로 했다.
노사민정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광주형 일자리 정신을 온전히 구현하되 합의문에서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노동계는 더 이상의 논의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도 담겼다.
노동계가 ‘노조 패싱’과 ‘불통 행정’ 등을 이유로 협상 중단을 선언한 지 43일 만, 첫 원탁회의가 열린 지 6일 만에 이뤄진 대승적 합의지만 걸림돌과 과제도 만만찮다.
당장, 원탁회의 의제에서 제외됐던 임금 부분이 발등의 불이다. 적정 임금의 경우 임금체계 단순화와 직무직능급 중심으로 결정하되, 기본급을 높이는 구조로 주 44시간(1일 8시간, 주5일, 월 2회 특근 등)에 평균 초임연봉 최소 3500만원을 보장한다는 게 광주시의 입장이지만 현대차와 최종 합의점에 도달하진 않은 상태다. 소위 지속가능한 ‘광주형 좋은 일자리’를 위한 최소한의 근로여건과 이윤추구를 무시할 수 없는 기업의 이해 관계가 충돌하고 있다.
노동계는 원청업체의 임금은 어느 정도 보장해야 2차, 3차 협력사들의 임금도 보장돼 원하청 양극화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광주형 일자리 4대 원칙 중 적정 임금과 원하청 관계 개선을 우선순위 1, 2위로 잡고 있는 반면 현대차는 노사 책임경영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고 있어 간극 좁히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근로자 참여 및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 위반 논란을 낳았던 ‘합의 내용 5년 유효’ 조항에 대해 노조 설립 5년 금지와 임금 5년 동결로 해석돼 위법적 독소조항이라는 노동계 의견을 현대차가 통 큰 결단으로 수용한 것을 괄목할 만한 일이지만 세부규정을 놓고는 법률적 검토와 조율이 다소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와 현대차 울산공장 노조가 ‘광주형 일자리’의 우려스런 부분들을 문제삼아 본격적인 공개투쟁과 성명전(戰)에 나서고 총파업까지 예고하고 나선 점도 협상로드에선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다.
현대차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이 288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나 감소해 ‘어닝 쇼크’가 현실화된 점도 잠재적 악재다. 시와 지역 노동계는 “해외 사례에서 보듯 위기 상황에서 일자리 나눔은 기업을 살리는 혁신적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단위노조와 상급 노동단체는 ‘위협 요소‘로 볼 수 있어서다.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 의장도 “민주노총의 거센 반발은 어찌보면 이제부터 시작일 수도 있다”고 경고한 점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현대차 이사회의 동의를 구하는 것도 녹록치 않은 필수요건이다.
이밖에 합작법인 목표 자본금인 7000억원 가운데 광주시 590억원, 현대차 530억원을 제외한 5880억원에 대한 투자자를 어떻게 모집할 지, 지방자치단체가 특정 브랜드를 생산하는 합작공장에 수백억원의 혈세를 쏟아붓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3000억원에 이르는 빛그린산단 인프라 국비를 제대로 확보할 지도 관심사다.
수요가 줄고 있는 경형 SUV가 지속적으로 판매될 수 있을 지, 안정적인 물량 확보는 어느 정도로 잡을 지, 판매 부진으로 인한 경영 악화 시 책임은 누가 질 지도 간과해선 안될 중요한 징검다리들이다.
한편 시와 현대차는 빛그린산단 내 62만8000㎡ 부지에 자기자본 2800억원, 차입금 4200억원 등 7000억원을 투입, 1000cc 미만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연간 10만대 양산하는 것을 골자로 투자협약을 진행 중이다.
부지와 공장 설비를 합쳐 고정자산은 5000억원 이상, 정규직 근로자는 신입 생산직과 경력 관리직을 합쳐 1000여 명, 간접고용까지 더하면 1만∼1만20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명준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