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코 앞에 두고 호남 민심 쟁탈전에 나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호남 맹주’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야권 텃밭에서 치러진 이틀간의 맞대결에서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며 뜨거운 호남 구애작전 펼쳤다.
문 전 대표는 2012년 대선에서 호남이 보여준 기적같은 90%대 지지를, 안 전 대표는 지난해 총선 때 불어 닥친 ‘녹색 돌풍’을 “다시 한 번 보여 달라”고 부탁했다.
동상이몽이지만, 텃밭 민심의 바로미터이자 대선의 풍향계라는 점에서 두 주자의 호남 공 들이기는 치열하고도 조밀했다.
대선주자 지지율 1위인 문 전 대표는 1인 독주 체제에 따른 ‘대세론’을 강조하면서도 “호남 없이는 안된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참여정부 호남 홀대론에 대해서도 “오해다. 5부 요인 대부분 호남 출신이었다”고 정면 돌파했다.
광주전남언론포럼에서는 “호남소외는 박정희 체제가 남긴 적폐”라며 “대통령이 되면 절대로 호남의 손을 놓지 않겠다. 호남은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고해도 이어졌다. 지난해 총선에서의 ‘호남 회초리’와 관련해 “죄송하다”, “면목 없다”, “부응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부족하지만, 새 시대 첫 차가 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손을 잡아 달라. 두 번 다시 실패는 없다”고 호소했다. 문 전 대표는 18대 대선에서 광주에서 92%, 전남에서 89.3%의 득표율을 올렸다.
넉넉한 스코어로 1위를 내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의 간절함은 전국과 달리가는 호남 여론이 심리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의 1월 대선 주자 지지도에서 문 전 대표는 여성층이 처음으로 30%를 넘어서는 등 대부분 지역과 계층에서 결집하며 자신이 기록했던 여야 다자 구도의 기존 최고치를 21개월 만에 갈아치우며 전국 지지율이 29.1%로, 30%선에 바짝 다가섰다. 1주일 만에 3.0% 상승했다.
그러나 호남 지지율은 37.4%에서 31.2%로 가파르게 하락했고, 당 지지율보다도 5% 포인트 이상 낮아 반문(반문재인) 정서와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에 대한 호남 반감이 여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제3지대 빅텐트의 키맨인 안 전 대표도 자강론을 기치로 ‘어게인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을 호소했다. ‘강(强)철수’, 즉 ‘강한 안철수’를 강조하며 “지난 총선 때 보여준 돌파력으로 대선도 끝까지 돌파하겠다. 문 전 대표와의 1대 1 구도라면 이길 수 있다. 정의로운 나라를 위해 다시 한 번 밀어 달라”며 표심을 자극했다.
‘문-안 양자 대결 승산론’은 총선 직후 터진 리베이트 사건 당사자 전원 무죄와 민주당 호남지지율 1, 2위인 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 하락에 비해 안 전 대표는 2.3%포인트 상승하는 등 ‘나홀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점, 당내 자강론과 호남 중진과의 갈등 봉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호남 구애전에선 감성적 발언도 이어졌다. 문 전 대표는 “광주와 전남은 민주당의 어머니다. 자식 잘 되라고 회초리 든 마음을 잘 안다”고 말했고, 안 전 대표는 “강철수라는 별명을 처음 붙여준 것이 바로 광주”라고 밝혔다.
물러설 수 없는 텃밭 쟁탈전이다보니 돌직구도 오갔다. 안 전 대표는 “문 전 대표의 재벌개혁 의지가 의심스럽고, 미래를 대비하기엔 ‘옛날 사람’”이라고 사족없는 비판을 가했고, 문 전 대표는 국민의당을 포함한 야권 빅텐트론에 대해 “어떻게 포장해도 정권 교체는 아니다. 호남민심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애둘러 비판했다.
지역 보듬기에도 공을 들였다. 문 전 대표는 “민주당은 광주정신을 담은 정당이고, 국민은 광주 5·18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고, 안 전 대표는 “5·18 발포 명령자를 다음 정부에서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했다. 첫 방문지도 문은 DJ 기념관, 안 전 대표는 전일빌딩 5·18 헬기사격 총탄흔적 장소였다.
호남공약도 문 전 대표는 ‘광주는 친환경차-문화 산업, 전남은 에너지 신산업 거점’을 공언했고, 안 전 대표는 ‘문화·자동차·에너지 기반 4차 산업혁명을 통해 20년 먹거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개헌시기와 결선투표에 대해 안 전 대표는 “대선 전 개헌이 바람직하고, 결선투표제 2월 국회에서 통과시키자”로 주장했고, 문 전 대표는 “대선 전 개헌은 시기상조고, 결선투표는 찬성하나 법 개정이 우선돼”이라며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다.
/황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