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비선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국정 파행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무총리 임명까지 지연되면서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여야 합의 총리를 차치하고 일단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이라도 협의를 해 총리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국회에 총리를 추천해 달라고 밝혔지만 야3당은 박 대통령의 2선 후퇴와 하야 등을 요구하면서 총리 추천을 위한 작업을 시작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일각에선 야3당이 박 대통령 하야 내지 탄핵을 요구하면서도 총리 후보를 추천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물러나거나 탄핵 당할 경우 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되는데 박 대통령의 퇴진이 현실화될 경우 중차대한 임무를 맡게 될 총리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라는 것이다.
아울러 김병준 총리 내정자와 황교안 현 총리의 어정쩡한 관계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런 와중에 황 총리는 박 대통령을 대신해 19~2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여야 정치권도 이같은 외교상 문제점에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같은 비판에 야권 내부에서도 총리 임명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민의당이 총리 추천을 주장하고 있다.
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는 16일 “박 대통령을 퇴진시키고 황교안 총리를 권한대행으로 시킬 수는 없다”며 박 대통령 궐위에 대비해 야당끼리 국무총리 선출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17일 “반드시 (박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간) 4자회동을 통해 총리를 먼저 선임하고 그리고 인적 청산과 조각에 가까운 개각 후에 검찰 수사, 국정조사, 특검으로 이어지면 그때 가서 국민의 여론을 등에 업고 하야를 촉구하건 특검을 하건 탄핵을 하건 이런 절차를 밟아나가려 한다”며 총리 임명을 위한 작업을 우선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박 대통령, 그리고 새누리당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당사자로 지목하면서 총리 추천 협상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야권 내 이견이 여전한 상황이다.
특히 추미애 대표의 양자 영수회담 제안을 비판하던 국민의당이 이제와서 박 대통령과의 4자회동을 언급하고 박 대통령 하야 전 총리 임명을 주장하는 등 야권 주도권을 잡으려 시도하는 것을 놓고 불편해하는 기색도 감지된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이날 “야권이 장외투쟁과 집회에 참여하고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혼란스럽고 중단된 국정을 외면하는 것으로 비쳐지면 이후 야당들의 행보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형성될 수 있다”며 “야당의 강경한 행보가 정당성을 얻기 위해선 의회가 공동 합의해 총리를 추천하는 등 국정을 정상화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야권의 총리 추천 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윤 센터장은 “이번 (총리 추천) 문제가 이후 대권과 연동돼 있다”며 “정당별, 대권주자별로 이해관계가 달라서 야권이 단일한 행보를 보이지 못할 수 있다”고 야3당이 나름의 대권 전략 때문에 총리 추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황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