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의 ‘인권’, 피해자의 ‘인권’
이창용 논설위원
작성 : 2026년 11월 02일(월) 16:18 가+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우후죽순처럼 돋아나고 있는 흉악범, 가정폭력과 연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스토킹 폭력과 살인, 특정되지 않은 선량한 시민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흉기 난동과 살인, 예전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잔인하게 생명을 짓밟은 흉악범까지…. 평범한 일상이 언제 범죄의 표적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10월 23일 강력 범죄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바로 흉악범은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으로 사회에서 영구히 격리하자는 (안)이다.
이런 일들이 있을 때마다 형량이 약하다, 법이 너무 가해자 편이다, 등등 제도의 불합리함을 꼬집는 여론이 빗발쳤지만 인권이라는 ‘편협’한 시선을 의식하여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으나 대통령의 주문에 달라질 것 같은 움직임에 기대감을 가져본다. 가해자이건 피해자이건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의 ‘인권’, ‘천부 인권적’인 권리를 부여받았다고 정의하고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논쟁은 있을 수 있을 것이지만, 피해자나 유족의 고통은 세월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은 억울함과 큰 고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도 외면되고 있다. 이는 재범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재범률을 낮추는 방안과 피해자의 고통을 줄여가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이 합리적인 교정행정일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심지어 살인자의 얼굴을 공개할까? 말까? 하는 결정에도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할 정도로 가해자 인권은 ‘권리’이고 피해자 인권은 ‘배려’ 정도로만 치부되고 있는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살인자의 얼굴은 심의 없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디어 전문가인 강나경 동아방송예술대 엔터테인먼트 경영학과 교수가 최근 “우리 사회가 범죄 가해자의 권리만 보호하고 피해자의 권리는 무시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지 오래됐다”라며 “이제부터라도 이 같은 사법의 불균형과 피해자 인권의 공백을 바꿔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가 사법 신뢰의 붕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은 것은 조두순 사건이다. 그는 “이 사건은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남긴 중범죄임에도 음주를 이유로 심신미약이 인정돼 낮은 형이 선고됐다”라며 “이는 가해자의 사정은 세밀하게 고려하면서도 피해자의 삶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인식을 남겼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이제 가해자 인권과 피해자 인권을 대립 구도로 볼 게 아니라 사법 절차 전반이 누구의 기본권도 침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재설계돼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강 교수는 “피해자가 가지는 권리,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은 사법 절차 속에서 작동하지 않은지 오래됐다”라며 “가해자에게는 권리로 작동하는 절차가 피해자에게는 또 다른 고통이 되는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살인사건 재판 결과에 대해서도 형량이 저 정도밖에 안 되느냐고 댓글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많다. 지면에 올리기는 곤란한 말이지만 변호사와 판사가 짜고 결정한다고도 얘기한다. 종합해 보면 살인죄의 형량이 국민 법 감정에 많이 못 미친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무소속의 모 의원은 정부가 흉악범죄 예방과 처벌 강화를 위해 도입을 추진 중인 ‘가석방 없는 무기형’ 이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야당 의원의 우려 제기에 “지금은 가해자 인권보다 피해자와 유족의 인권을 먼저 생각할 때”라고 반박했다. 그는 당시(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렇게 말하면서 “강력한 흉악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들에게 이 처벌로 인해 더 이상 당신에게 인생의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메시지를 주는 게 무용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거의 모든 주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인정하고 있다”라며 “(가석방 없는 종신형도) 특별 사면이나 감형 같은 것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또 “보통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가장 나름대로 수긍할 만한 논거는 혹시라도 오판이 있을 때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인데 이 제도는 그렇지 않다”라며 “그런 상황이 있으면 재심으로 바뀔 수도 있기에 기본권의 본질적 침해라는 논지는 수긍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모 의원은 “독일이나 유럽 인권 재판소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인간 존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이야기도 있다”라며 인권 침해 우려를 제기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의 재범률도 형사정책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재범률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22% 안팎 수준을 유지해 오다가 2019년 26.6%, 2025년 21.2%이다. 이러한 통계를 보더라도 다시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꽤 높은 편으로 살인자를 비롯한 ‘흉악범죄’는 이 땅에서 발붙일 수 없다는 강한 형사정책이 목표라면, 사회정의를 위해 ‘형량 체계’는 반드시 손질해야 한다. 피해자나 유족들에게는 그들이 당했던 피해로 인해 겪어야 하는 억울함과 고통을 최소한으로 줄여 가는데 필요한 따뜻한 온기가 스며드는 인권, 고(故) 최불암 선생의 약자 사랑의 정신처럼 잔잔함이 베어나야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