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3일 고(故)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영장 강제집행에 나섰다가 유족 등의 반대로 철수한 것과 관련, 여야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여
권은 ‘영장의 조속한 집행’을 주장하는 반면 야권은 ‘유족과 협의를 거치지 않은 집행은 포기해야한다’고 맞서고 있다.
여야가 대립하면서 이 문제가 자칫 정치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은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유족과 협의를 거치지 않은 영장의 강제집행은 포기해야한다”며 “국민이 시위현장에서 생명을 잃었는데 1년이 다되도록 ‘법리 검토’만 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무슨 염치로 부검을 강행하려고 하느냐”고 비판했다.
강연재 국민의당 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경찰은 유족과의 협의를 최우선에 두고 끝까지 노력했어야 하고 끝내 협의가 되지 않으면 영장 집행 포기를 검토했어야 옳다”며 “경찰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과도한 공권력의 행사를 깊이 반성하고 지금이라도 즉각 강제부검 시도를 중단하고 영장 집행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야권에서는 부검영장 집행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다만 야권 입장에서 보면 이 문제가 여야간 정쟁으로 비화하는 게 정치공학적으로는 소득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권 입장에서는 ‘최순실 게이트’라는 호재를 만난 상태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국정 수행 지지율이 25%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정권 출범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같은 수치를 기록하는 등 정부여당은 곤경에 처한 상태다. 지금도 각종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여당이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으면서 이슈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야권으로서는 여기에 당력을 집중해야 국민적 지지를 더욱 높일 수 있는데 자칫 부검영장 집행 반대 쪽으로 힘을 모을 경우 국민적 시선이 분산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자칫 정치적으로 실리가 없는 싸움에 섣불리 뛰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수세에 몰린 상태에서 이 문제를 국회로 끌고 오고 싶어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염동열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정확한 사인규명을 위해 부검은 불가피한 가장 기본적 절차”라며 “백남기 농민에 대해 법원이 발부한 부검영장의 유효기간이 이틀 남은 상황에서 정당한 법 집행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영장은 이미 발부돼 있다. 경찰이 여론조사를 해서 법집행을 하냐”며 “이것도 하나 집행하지 못하면 경찰청장은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압박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은 백남기 특검 하자면서 무슨 염치로 부검을 반대하냐”며 “특검하게 되면 어차피 부검해야 될텐데 말이죠”라고 힐난했다.
야권으로서는 이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새누리당과 맞서 공방할 경우 ‘최순실 의혹’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정치적 손실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에 야권 내부에서도 이 문제는 경찰과 유족, 백남기 대책위원회간의 문제로 남겨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관련 민주당의 한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부검영장 집행은) 최순실 의혹을 흐리기 위해 국민적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가 보인다”며 “기본적으로 당연히 사회적 약자 편에서 서서 대응을 하되 수위를 조절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