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에 따른 인력운용 및 신규채용 확대는 정부가 추구하던 엄격한 정원관리를 통한 비효율성 방지와 배치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19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15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평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의 권고안에서는 임피제 대상자에 대해 기관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적합한 직무를 개발해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적지 않은 기관은 대상자에게 기존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정처가 4월말 120개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1개 기관에서는 임피제 대상이 돼도 기존과 동일한 직무를 수행하거나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럴 경우 정부가 공공기관의 증원에 대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던 것과 배치되는 결과가 나타난다는 게 예정처의 분석이다. 정부는 그동안 ‘공공기관의 조직과 정원에 관한 지침’에 따라 기존 인력 현황을 분석한 후 주무기관의 장, 기재부장관과 사전협의를 하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증원을 관리해 왔다.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정원 확대를 인정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임피제 도입에 따른 신규채용 규모 확대 방안에서는 총인건비 인상률 내에서 신규채용할 경우 새로운 인력 소요와 관계없이 모두 별도 정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만약 100명 정원의 기관에서 임피제로 5명을 신규채용할 경우 모두 105명이 근무하게 되는데, 기존 여러 절차에 따라 해당 기관 인력은 100명이 적합하다고 인정했음에도 105명이 근무하게 되는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정처는 “임피제에 따른 신규채용 확대는 별다른 검증없이 별도 정원을 인정한 것으로 반드시 필요한 직무에 인력을 배치한 것이 아니라 인력 배치를 위해 기존 1인 담당 업무를 줄이거나 새로운 직무를 개발한 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많은 기관에서는 임피제 대상자 직무로 교수·강사 등 교육관련 직무와 연구·자문 등의 직무를 맡기고 있다. 그러나 정년 연장에 따라 향후 1~2년 동안 대상자들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기관의 필요성과는 별개로 관련 직무가 과도하게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다.
기재부는 대상자를 위해 새로운 직무를 개발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정년을 1~3년 앞둔 고령 직원들에게 부여할 수 있는 직무가 한정적이라는 점도 문제다. 기관별로 임금조정기간과 임금지급률의 격차도 크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은 조정기간을 최대 6년으로 설정했지만 기간을 단 1년으로 설정한 기관도 4개나 됐다.
신용보증기금(2003년 공공기관 최초 도입)은 임감감액률을 총 260%로 설정했지만 일부 기관은 1~3년간 30% 수준으로 설계해 격차가 8배에 달했다. 2015년도 이전에 제도를 운용하고 있던 기관의 고령직원 임금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삭감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들 기관은 이미 고령직원의 임금을 삭감해 운용하고 있던 상황에서 추가적 재원을 마련해야 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예정처는 “정부의 독려에 따라 자발적으로 노사간 합의에 따라 먼저 임피제를 도입했던 기관들이 임금조정기간은 더 길게, 임금감액률은 더 높게 제도를 운용하게 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기관마다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 등이 다름에도 정부가 일률적으로 신규채용 목표를 설정해 기관별 특수성을 반영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예정처는 “먼저 제도를 도입한 기관의 특성을 반영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신규채용목표를 하향 조정하거나 추가적인 인건비를 반영하는 등의 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민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