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구가 올초 수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설치한 북구8경 조형물들 중 하나가 최근 도난 당했다 제자리를 찾게 된 가운데 청사 앞 설치 조형물들이 행인들의 입살에 오르내리고 있다.
조잡한 수준을 지적하는 목소리와 함께 설치 필요성에 대한 의문, 전형적 예산 낭비 사례라는 등 냉소적 반응이다.
12일 북구에 따르면 구청은 지난 2월 청사 앞 네거리 인도 4곳의 지점에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야구장’ ‘말바우시장’ ‘무등산’ ‘중외공원 문화벨트’를 본떠 만든 모형이나 상징물을 설치했다.
이 조형물들은 북구가 2013년 지정한 ‘북구8경(景)’ 중 일부다.
설치에는 광주시 도시경관숲 조성사업 예산 3490만원이 투입됐다. 시내 주요 교차로에 작은 숲 등을 조성, 도시경관을 아름답게 가꿔 나가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 곳을 지나는 행인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조잡함에 실소를 터뜨리는가 하면 주민 누구나 알고 있는 시설이나 장소를 굳이 조형물로까지 만들어 설치할 필요성이 있는지, 차라리 조경수나 작은 휴게 공간을 만드는 게 효율적이지 않겠느냐는 등의 목소리다.
신안동 주민 김모(45)씨는 “조형물 자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다. 질도 떨어진다”며 “주민 복지에 신경써도 모자랄 판에 전형적인 예산 낭비 사례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인 박모(33)씨는 “주변 학원을 다니면서 자주 봤는데 특별한 느낌이나 인상을 받지 못했다”며 “취지에 비해 예산을 좀 과하게 썼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 종사하는 이모(29·여)씨는 “북구의 자연환경이나 관광지 홍보를 위해 조형물을 만들어 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무등산 조형물 같은 경우 서석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고, 챔피언스 필드도 야구공 모양뿐인데 8경의 특징을 살렸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또다른 행인 김모(43)씨는 “조잡한 수준이다. 차라리 보행자 신호를 기다리며 앉아 있을 수 있는 의자 설치나 그늘을 만들어 줄 나무를 심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지 않나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점심 시각 매일 조형물 앞을 지나다닌다는 북구 공무원 A씨와 B씨는 “야구장과 무등산 조형물을 볼 때 마다 헛웃음이 터져 나온다. 솔직히 부끄럽다”고 말했다.
지난 5일에는 이 조형물들 중 청동으로 제작돼 설치된 말바우 시장을 상징하는 말 동상(시가 400만원 상당)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사건 발생 3일 뒤 조형물을 가져간 남성이 경찰에 자수하면서 말동상은 제자리로 돌아오게 됐다. 남성은 술에 취해 이 같은 행동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말동상은 압수절차를 거쳐 구청에 건네질 방침이다.
북구 관계자는 “많은 시민들이 접할 수 있는 공간에 조성한 도시경관사업이다”며 “설치 장소가 교통량이 많은 교차로 라는 장소적 한계와 교통 안전 등을 감안한 크기이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시 심의와 전문가 의견, 용역설계 과정 등을 거쳐 사업을 진행했다”며 “일종의 작품으로 바라봐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하효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