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바깥 세상과 단절된 채 ‘주먹밥 공동체’를 일궈냈던 광주 시민들의 위대한 ‘나눔의 정신’이 5·18 35주년을 맞아 다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4월16일 이후 ‘세월호의 슬픔’을 함께 나눈 광주가 이번에는 ‘네팔의 슬픔’을 온몸으로 보듬고 있다. 학생과 시민들은 물론 공공기관, 의료기관, 경제계 할 것 없이 네팔 돕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19일 광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 1일 이후 네팔 이재민 돕기 특별계좌(광주은행 130-107-333893)를 통해 모금된 성금은 4280여만원에 이르고 있다. 전남(농협 301-0137-8803-31)에서도 전날까지 3267만6200원이 모아졌다.
중앙모금회로 집계되는 ARS(060-700-0899, 한 통에 2000원) 성금까지 합하면 지역민들의 정성은 1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기관단체 성금도 끊이질 않고 있다. 광주시 교육청은 이날 본청과 직속기관 직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588만8000원을 모금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전남도청도 본청과 직속기관, 사업소 직원들이 한 푼 두 푼 모은 2586만1000원을 전달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긴급구호대를 현지에 파견한 광주시도 지난 17일 본청과 사업소, 산하기관 직원들이 모은 5005만4000원을 기탁했다.
윤장현 시장은 “119 베테랑팀 파견과 성금 기탁은 단순한 구호를 넘어 희생과 나눔의 ‘광주 정신’을 아시아인의 가슴에 심는 희망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랑방미디어도 성금 2000만원을 기탁했고, 광주외국인력지원센터와 광주네팔인센터에도 3000만원 가까운 성금이 답지했다.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은 응급의학과와 정형외과, 외상외과 전문의 등으로 의료진을 꾸려 네팔 현지에서 긴급 의료활동을 펼치고 있고, 광주 광덕고 등 일부 학교는 나눔의 기부장터를 열기도 했다.
청소년배움터인 와이해밀학교와 문화행동 샵(S#ARP), 1318 해피존 인디고이이 등은 지난 17일 5·18 전야제에서 ‘히말라야 네팔 친구들에게 희망을’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카페를 열거나 핫바를 팔았다. 광주국제교류센터는 인권도시포럼, 오월음악회 행사장에서 두 차례 모금운동을 펼쳤다.
쇼미트러 쿤두(34·방글라데시)씨는 “중국과 파키스탄, 인도 친구들이 지진과 우기가 겹쳐 물과 음식이 부족하고 집까지 무너져 비를 피할 곳조차 없는 네팔 친구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경제계에서도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은행은 임직원들이 점심값과 커피값을 아껴 모은 성금 1200여 만원을 기부했고, 롯데아울렛 수완점은 ‘아름다운 가게’와 함께 진행한 플리마켓 나눔장터 수익금 100만원 전액을 구호자금으로 내놓았다.
대지진 닷새만인 지난달 30일 5000만원을 쾌척한 광주·전남적십자사 최상준 회장(남화토건㈜ 대표이사)은 “식량과 식수가 크게 부족한 상황인데, 인도주의 활동에 작은 씨앗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네팔에서는 지난달 25일과 이달 12일 각각 규모 7.8과 7.4의 강진이 잇따라 발생했고, 이날 현재 사망자는 8567명, 부상자는 1만6808명, 파괴된 가옥은 75만9000여 채에 이르고 있다. 1934년 네팔 대지진 당시 사망자(8519명)을 넘어선 네팔 역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되고 있다.
/정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