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저(低) 공포가 한국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하반기 들어 가속화된 엔화는 지난 13일 100엔당 1000원선이 붕괴된데 이어 지난 25일 100엔당 955원으로 6년 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26일에는 958원에 머물렀다. 2011년 10월 사상최고치였던 1561원과 비교하면 3년 만에 600원 넘게 내렸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않는다. 글로벌 투자은행 상당수가 내년에 원·엔 환율이 800원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달러 강세가 지속될 수밖에 없어 엔화 약세가 불가피한데다 원/달러 환율이 1043원대까지 치솟는 등 달러 대비 원화 강세까지 겹쳐 엔화 약세 흐름이 지속될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기부양을 내세운 아베 정부의 정치적 엔저 공세도 원화강세 지속의 요인이다. 게다가 내년에 미국의 금리인상이 단행될 경우 엔화에 대한 원화 절상은 더 불가피하다. 국내적 상황도 불리하긴 마찬가지다.
원화는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 주식순매수 등으로 약세 전환에 협공을 당하는 처지다.
엔저(低) 가속화로 수출기업은 비상이 걸린 지 오래다.
원화가치가 10% 상승할 때 국내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0.41%포인트 감소한다는 통계가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100대 수출품목 중 55개가 겹친다. 우리 상품이 엔저로 인해 일본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도요타·혼다 등 일본 자동차업체들의 영업이익이 최대 13% 늘어난 반면 현대·기아차의 영업이익은 두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전기전자, 조선, 철강 등 수출 주력업종들이 엔저 쇼크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경기회복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정부도 엔저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에 “엔화 약세가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며 “상황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최근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일본의 양적 완화가 너무 빨라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엔저에 제동을 걸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게 정부당국의 고민이다. 최 부총리는 “원·엔 환율은 재정환율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호소했다.
원·엔 환율은 원·달러,엔·달러 환율을 통해 간접적으로 계산된다.
금리인하나 외환시장 미세 개입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부와 한은은 이게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머뭇거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내수진작책과 적정한 경상수지 관리대책을 가다듬고 기업의 환리스크 헤지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묘안이 없으면 짜내야 한다.
국회도 이를 적극 뒷바침해야 한다.우리 경제가 급격한 엔저를 겪은 직후 외환위기(1997년)와 금융위기(2008년)가 닥쳤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