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5일부터 11월9일까지 열리는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는 ‘터전을 불태우라’ 이다.
20주년을 맞는 성년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올해는 작품을 통해 광주의 지역성을 알리고 시민사회와 소통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히고 있으며 올해의 주제가 지닌 체제에 저항하는 혁신성과 실험성을 구현하기 위해 제작된 작품들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는 의미를 담은 그림이 철거소동을 빚는 등 개막전부터 개운찮은 소동을 빚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여기서 필자는 무엇보다 ‘터전을 불태우라’ 는 주제가 너무나 시기적절한 혁신성을 담고 있는 점과 이 한마디로 이즈음의 세태에서 크게 깨우쳐할 여러 계층이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크게는 정부에서부터 여야를 막론한 정당, 여전히 진실이 억압당하고 감추어지려는 아쉬움 속에 때로는 기막힌 술수와 책략에 허수아비가 되어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상실감마저 들면서 아직도 이 땅에 그야말로 터전을 불태워야만할 조직과 사안들을 생각게 된다.
여기에 한여름 8월을 뜨겁게 달군 영화 ‘명량’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겠다.
영화 명량은 한국의 영화사를 새롭게 쓰면서 최대 관객 동원이라는 1500만 관객을 넘어 개봉11일째 벌써 1000만 명을 돌파하고 2000만 관객이라는 사상 유래가 없는 기적 아닌 기적을 바라보게 됐다. 7. 8월이 영화수요의 성수기라고는 하지만 순천 출신 김한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명량’의 열기는 이 시대의 아품에 대리만족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세계 해전사에 기록될만한 왜군 330척에 맞서 불과 13척의 배로 133척을 격침시킨 해전은 당대의 영웅 이순신이라는 인물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는데 영화의 여러 감격스러운 장면 중 모든 장수들이 전의를 상실하고 전쟁포기를 선언하다시피 한 절박한 상황에서 진영을 모두 불태워 버리고 그 유명한 명언으로 기록된 “죽고자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 는 각오로 진영을 다시 살아서 돌아올 미련을 두지 않는 살신성인의 결연한 의지는 이순신의 탁월한 리더십과 신기에 가까울 정도의 탄복할만한 전술이라고도 할 수 있으나 그야말로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풍전등화와 같은 나라를 구하겠다는 지극한 일념이 하늘을 감동시킨 결과라 여겨진다.
기대가 커 억지스러움인지 모르나 요즘 새정치민주연합을 보면 어떻게든 절대절명의 위기임을 모두가 지적함에도 누구 하나 온전한 희생을 각오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안타까움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위기에 처할 때마다 당사를 버리고 천막당사로 내려앉기도 하고, 한뜻으로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세워 바꾸려했던 하나 된 노력을 ‘터전을 불태우는 것’ 으로 비유하며 칭찬할 만한 일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일치됨이 숱한 악재 속에서도 야당을 이기고 어처구니없는 연승을 거듭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을 응원하는 것은 호남의 정서를 떠나서 강력한 야당만이 여당을 견제하고 올바른 정치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미니 총선으로 불리는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새정치민주연합은 당 대표와 당직자가 사퇴하고 비대위를 구성 박영선 원내대표에게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겨 출범 4개월 만에 절체절명의 위기를 ‘뼈를 깎는 각오로 국민의 눈으로, 국민의 마음으로, 국민이 공감하는 정치를 실현하겠다’고 다짐하며 비대위의 명칭 또한 ‘국민공감혁신위’로 명명하였으나 위기감도 잠시뿐 계파별 의견충돌과 제 목소리만 키우는 모습은 국민을 실망시키고 등을 돌릴 수밖에 없는 가운데 세월호 협상 등 책임을 두고 벌써 애써 합의로 선출한 박영선 대표에게 하나 같이 힘을 실어 주기는커녕 허점을 잡아 흔들기에 여념이 없다는 인식은 한심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 시점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야 말로 ‘터전을 불태워야’ 한다고 제안하고 싶다. 사공이 여럿이면 배가 산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는 평범한 속담도 있지 아니한가…. 광주비엔날레의 주제에 영화 명량과 새정치민주연합을 연계하여 생각하는 것은 다소 무리일지 모르나 정치권 모두에게 옛 사고의 터전을 불태우는 변화를 주문하고 싶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 매번 전공을 세울 때마다 그를 시기했던 선조임금에게 원망하는 마음 없이 붓을 들어 고하고 명량 앞바다로 향하는 이순신, 일본군 330척의 정예와 맞서야하는 전혀 승산이 없는 싸움에서 승리한 이순신장군의 활약은 전술을 넘어 하늘은 감동했다고 믿어 시공을 넘어 쉽게 좌절하곤 하는 우리 모두에게 큰 용기를 북돋기에 부족함이 없다 할 것이다. “나중에 후손들이 우리가 이렇게 고생한걸 알기나 할랑가…”
영화 명량 마지막 장면 속에서 처절했던 해전이 마침내 승리로 끝나자 판옥선 갑판 밑에서 혼신을 다해 노를 저었던 병사한명의 넋두리가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야말로 갑판 밑에서 힘겹게 노 젖는 국민을 생각하며 터전 유지에 급급하지 말고 터전을 불태우는 각오만이 전정 국민을 위한 길일 것이다.
김요한 시인.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