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4박5일의 한국방문 일정을 마치고 교황청으로 돌아가셨다. 카톨릭이라는 종교계 최고지도자가 국가원수의 자격으로 왔다 가셨지만 세계 어느 국가원수의 방한에 비유할 수 없을 만큼 이 나라에 그야말로 사랑과 평화가 무엇인지, 그리고 화해와 평등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그야말로 크나큰 파장을 일으키셨다. 그 진한 여운이 좀체 가시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의혹이 있는 곳에 믿음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의혹이 있는 곳에 믿음을 심게 하소서,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둠이 있는 곳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심게 하소서” 라는 유명한 ‘평화의 기도’의 주인공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을 스스로 자신의 이름으로 선택한 교황은 카톨릭교의 수장으로 사도베드로의 후계자다. 이 세상에 있어서의 그리스도의 대리자라는 상징성을 가지며 추기경에 의해 선거로 선출되며 카톨릭 신자의 남자이면 누구나 피선거권이 있으나 실제로는 600년 동안 이탈리아 사람인 추기경 중에서만 선출되었으나 전통을 깨고 파격적으로 비 이탈리인으로서 교황에 선출되었다.
이 땅위에 가장 작은 나라 그러나 겸손과 온유, 겸허함과 사랑표현의 극치를 맛보게 한 그의 행보는 이 어지러운 시대에 맛볼 수 있는 충격 그 이상이었으며 리더십이 무엇이며 통치의 근본이 과연 무엇인가를 어김없이 보여주셨다. 특히 이 나라 정치, 사회현실이 암울한 상황에서 가난과 비 권력의 그늘에서, 강자의 횡포에 숨조차 쉬기 힘든 기진한 상황에 그의 메시지는 한 가닥 빛이었으며 답답한 숨 막힘 속에 신선한 산소가 되었다.
교황의 엄청난 권위가 한때는 일부층의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으나 화려한 숙소대신 소박한 게스트하우스에 숙소를 정하고, 직접 고물차를 운전하며, 노숙인을 찾아 함께 생일식사를 하고, 이교도의 발에 입을 맞추는 등 그의 파격적인 행보는 보는 이들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광화문에서 열린 시복식에는 100만 인파가 운집했으며 이 시복식 참석을 위해 새벽2시, 3시부터 이곳을 향했다는 열기에도 쓰레기조각 하나 구경할 수 없었다니 참석자들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교황은 이 시복식에서 ‘막대한 풍요와 부유 곁에서 매우 비참한 가난이 소리 없이 자라나고,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 라는 통열한 사회 비판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충남 서산에서 열린 한국 청년대회에서는 교황은 “비바 파파! 파파 프란치스코”를 외치는 그들을 향해 “청년은 깨어 있어야한다” 며 “기뻐하고 환호하라, 잠들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다”며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광화문 시복식에서는 한국 천주교를 위해 희생된 분들을 복자로 인정하며 그분들의 거룩한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라고 강조하셨다.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고, 고통 받는 자에게 손을 내밀며, 약자를 돌보는 것이 지도자의 참된 덕목임을 몸소 실천해 보이기도 했다.
4박5일의 짧은 일정동안 그는 우리 한국사회의 현실 속에 금쪽같은 메시지를 숱하게 남겼다. 신자들뿐 아니라 비신자, 종교가 다르거나 있고 없는 사람들을 가릴 것 없이 교황의 일거수 일투족에 환호하고 그의 행동과 메시지 감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직접 서류 가방을 들고 낡은 구두끈을 메는 소탈함 속에 4000여명이 모인 음성 꽃동네에서는 “청빈 서원하지만 부자로 살아가는 봉헌된 사람들의 위선이 신자들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고 교회를 해친다”고 수도자들에게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그는 시종 사랑이 무엇이며 진정한 평화가 왜 필요하며 그 평화의 길은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주셨다. 바라기는 교황의 방한을 통해 이 땅의 지도층들은 각계 각층에 팽배한 갈등을 푸는 일과 사랑과 평화를 바탕으로한 진정한 화해의 방안은 무엇인가 깨닫는 지혜가 임하는 계기가 되기를 간곡히 주문해본다.
그의 온화한 미소와 평화로운 모습을 가슴깊이 두고두고 되새기고 싶다.
김 요 한
시인·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