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7ㆍ30 재ㆍ보궐 선거 이후 첫 최고위원회의를 전남 광양에서 열고 호남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호남에서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것은 대선 직후인 지난해 1월 황우여 전 대표가 전주, 광주, 순천을 돌며 주재한 이후 1년반 만이다.
1988년 소선거구제 전환 후 26년 만에 새누리당 소속으로는 처음으로 전남에서 당선된 이정현 최고위원 요청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김무성 대표, 주호영 정책위 의장 등 여당 지도부가 선거 때 한 약속을 지켜 호남에 총출동한 것은 정치적 함의(含意)가 깊다.
집권당인 새누리당이 먼저 호남 껴안기에 나선 것은 좋은 신호다. 야당도 영남 쪽에서 비슷한 행보를 보여줬으면 한다.
김무성 대표는 “새누리당이 호남인들에게 섭섭하고 소홀하게 대하는 것처럼 느끼게 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앞으로)온몸과 마음을 바쳐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는데 실천으로 입증해야 한다.
김 대표는 “이정현 최고위원 선거 공약이었던 `예산 폭탄`이 불발탄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면서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호남을 특별히 배려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5일 전남도청에서 예산 당정회의를 개최키로 한 것은 그 약속이 실행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말해준다. 일선 시·군에선 국책사업 예산 못지않게 안전행정부가 배당하는 지자체 교부금을 중시한다.
교부금은 통상적으로 여당 의원 지역구에 집중적으로 할당된다. 새누리당이 안행부에 얼마만큼 영향력을 행사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균형예산과 탕평인사를 약속하지만 막상 정권을 잡으면 표변한다.
박근혜정부만 해도 입법, 사법, 행정부 수장이 모두 영남 출신인 데다 4대 사정기관장도 영남 일색이다.
거기다 고위직 인사를 총괄하는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영남 출신이니 공직사회와 공기업의 영남 편중은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정권은 구색으로라도 균형을 시도했지만 이번 정부는 그런 시늉조차 안 했다. 지역주의 타파는 집권세력의 진정성과 실천이 관건이다.
그동안 정치권은 겉으로는 지역주의를 타파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선거 때마다 지역주의의 수혜를 톡톡히 누려왔다.
정권마다 말로는 통합과 화합의 정치를 외치면서도 지역차별ㆍ지역편중 인사를 심화시켰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교황이 직접 화합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야 할 정도로 갈등과 분열, 증오와 죽음의 사회가 된 밑바탕에는 대립과 편가르기를 조장해온 정치가 있다.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도 지역주의 보호막 밖으로 걸어나와야 한다.
지금 같은 행태로는 수권정당은커녕 지역정당으로도 존속할 수 없을 것임을 지난 7ㆍ30 선거가 보여주지 않았는가. 국민이 투표로 지역주의 극복의 희망을 보여준 만큼 이제는 정치권이 화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