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사망 사건은 군 내부에 똬리를 틀고 있는 폭력의 일상화와 폐쇄적이고 반인권적인 병영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야만적 병영문화가 쌍팔년도도 아닌 21세기 대한민국 군대에서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
최근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구타 사망 사건을 보면 오히려 더 나쁜 방향으로 진화한 느낌마저 든다. 군의 현실과 미래가 참으로 암담하다.
“참으면 윤 일병, 터지면 임 병장”이 새로운 군대 속담이 됐다. 병영문화 개선과 군 인권의식 강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윤 일병 사망 사건을 계기로 전·후방을 막론하고 자행되는 군 내부의 인권 말살 행태가 속속 알려지고 있다.
최전방 경계초소(GP)에서는 후임병의 입에 곤충을 넣거나 입맞춤을 강요하는 등 변태적 가혹행위가 저질러졌고 서울의 한 부대에서는 후임병을 한 달에 7~8차례씩 폭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광주에서는 가혹행위에 시달린 이병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군은 지난주 부랴부랴 육·해·공군 전 부대 특별인권교육을 실시했지만 여론의 뭇매를 피하고 보자는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군 폭력이 구조적인 것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진단과 처방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안이하기 짝이 없다.
군대 내의 뿌리 깊은 악습은 군 조직의 폐쇄성과 불통 때문이라는 건 모두가 아는 바다. 윤 일병은 죽을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선임병의 가혹행위를 지휘관이나 부대 외부에 알릴 수 없었다. 내부 면담과 소원수리, 국방헬프콜 등의 소통 장치는 아무 소용이 없거나 군 생활을 더욱 어렵게 할 뿐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소원수리에 쓰면 관심병사가 되는’ 병영문화는 윤 일병 사망 과정을 지켜본 수많은 병사들마저 방관자로 만들었다. 구타·가혹행위·자살·총기난사 등 사고가 터질 때마다 정치권과 군이 거창하게 떠들었던 군 개혁과 병영문화 개선 노력의 결과가 이렇듯 참담하다.
그 이유 또한 군의 폐쇄성에 있다고 하겠다. 군은 사고가 터진 뒤에도 조사, 가해자 처벌 등 모든 처리 과정을 독점하면서 외부에는 좀처럼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겉으로는 보안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내부의 잘못을 감추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측면이 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감시받지 않고 통제받지 않는 조직은 문화가 바뀌지 않는 법이다.
반인륜적 범죄 행위를 줄이고 군 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외부 감시망인 군 옴부즈맨 기구를 운영하는 것이 급선무다.
당연히 실질적인 조사권과 정보요구권 등이 부여돼야 한다. 해당 부대 지휘관이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현행 군 사법체계도 손봐야 한다. 승진에서 불이익을 피하려고 사건을 은폐·축소하는 폐단을 막기 위해서다.
병영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군 인권법 제정도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