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일 경제활성화와 민생안정 관련 법안 통과를 정치권에 강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6·4지방선거와 7·30재보선 등 주요 정치일정이 모두 끝난 만큼 국회가 본격적으로 법안심사에 나서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최 경제부총리는 이날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어렵게 조성된 경제활성화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면서 장관들을 향해 아랫사람들에게만 맡기지 말고 직접 발로 뛰어 달라고 했다. 국회와 이해관계자들을 만나 설명하고, 국민도 설득해 이해와 협조를 구하라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정책을 국회에서 발목 잡고 도와주지 않는다는 볼멘소리에만 그치지 않고 부처 장관과 실무자에게도 나서라는 주문을 함께 한 점이 주목된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이달 초 관련법안의 임시국회 처리를 요청한 데 이은 것으로 정부 측의 절박감이 느껴진다.
경제정책 총괄 책임자로서 법안통과 촉구는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최 경제부총리가 언급한 골든타임이라는 표현이다. 골든타임은 성패(成敗)를 가르는 촌각이라는 면에서 우리 경제의 현 상황을 정확히 짚었다.
한국 경제는 뜻하지 않은 세월호 사고의 여파로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6%로 나타난데다 대외환경 역시 악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뚜렷한 반전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 경제가 ‘경기순환을 넘어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문제’에 봉착해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최 경제부총리가 국회통과를 촉구한 법안은 투자활성화 관련 법안 18건, 부동산경기 정상화 관련 법안 6건, 민생안정 법안 3건, 금융 및 개인정보보호 법안 3건 등 총 30여건이다. 서비스산업발전법·관광진흥법·소득세법 등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의 기본 틀을 이루는 법안이다.
그럼에도 상당수 법안이 국회통과는 고사하고 해당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법안들이 장기간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일차적인 책임은 여야 정치권에 있다.
뚜렷한 이유 없이 제대로 논의도 하지 않은 채 중요 법안 처리를 마냥 미루는 것은 국회의 직무 유기이자 배임(背任) 행위다. 경제 정책의 주도권이 국회로 넘어간 상황에서 정치권이 본연의 임무를 방기하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일본 국회는 작년 말 ‘산업경쟁력강화법’과 ‘국가전략특구법’ 등 경제 활성화 법안을 대거 통과시키며 아베노믹스를 뒷받침했다.
일본 경제의 활력이 되살아나고 있는 데는 정치권의 협조가 큰 힘이 됐다. 우리 국회도 이제는 경제·민생 문제를 정쟁(政爭)의 볼모로 삼는 구태(舊態)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무리 정부 쪽에서 드라이브를 건다고 해도 이들 법안의 통과를 위해서는 정치권, 특히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경제를 살리는 것이 진정한 생활정치다. 여야 모두 한국 경제의 골든타임을 더 이상 헛되이 보내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