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구제역이 경북 의성 돼지농장에서 확진된 그 다음 날 전남 함평 오리농가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발생했다.
지난달 17일과 25일 전남 무안과 경기 안성의 오리농장에서 각각 발생한 후 한 달 남짓 만에 다시 AI가 발생함에 따라 이제나저제나 했던 AI 종식 선언이 또 늦춰지게 됐다. 전남도는 종오리 1만2000마리와 육용오리 3만마리 등을 긴급 살처분하고 반경 500m 이내 토종닭 사육농장의 닭 2000마리에 대해서도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했다.
구제역과 AI가 주로 겨울철에 일어나는 바이러스성 가축 질환이라는 점에서 이번 여름 발병은 답답할 노릇이다. 한여름에 구제역이 발생하기는 처음이다. 구제역은 확산 추세에 있다. 28일 고령에서도 구제역이 발병, 방역 당국 등에 비상이 걸렸다.
그간 구제역은 겨울에 집중적으로 일어난 뒤 날씨가 풀리면 사라졌다.
AI 역시 겨울 철새가 한국으로 날아오면서 병을 퍼뜨린다고 의심받아 왔다. 따라서 이번 여름 발생을 계기로 지금까지의 구제역과 AI 방역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계절과 상관없이 AI가 국내에서 토착화한 게 아닌지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따라서 ‘11월~이듬해 2월’에서 ‘10월~이듬해 6월말’로 한 차례 확장된 바 있는 AI 특별방역기간을 사실상 ‘1년 내내’로 상시화해 마땅하다.
그만큼 당국과 가금류 사육 농가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함평에서 확인된 AI 바이러스는 올 들어 발생한 전국적 AI와 같은 H5N8형이다.
그 동안 국내에서 발생했던 AI의 H5N1형과 크게 다르다.
전문가들은 이 바이러스가 중국 동부지역 AI바이러스 유전자의 재조합 결과라는 연구 보고서를 내놓았지만, 국내에서의 유전자 재조합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다행히 H5N1형보다는 병원성과 전파능력이 떨어져 폭발적 전염과 피해 확산은 피할 수 있었다지만, 방역당국이 서둘러 바이러스 특성과 전파경로를 확인해 정확한 대책에 나서길 바란다.
구제역의 경우 3년3개월 만에 다시 발병하면서 우리는 지난 5월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 구제역 청정국으로 간신히 인정받은 지 두 달 만에 그 지위를 잃게 됐다.
구제역의 발생과 확산을 막는 데는 백신 접종이 최선의 방법으로 꼽혀왔다.
실제로 2011년의 구제역 악몽 이후 정부는 예방접종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최근엔 긴장이 풀린 탓인지 날씨가 따뜻해질수록 예방접종이 갈수록 줄어왔다고 한다.
함평 오리농가도 AI 경계·주의에 무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도축출하용 가금이동 승인서를 발급하기 위한 전남 축산위생시험소의 검사 과정에서 뒤늦게 발견됐다.
농가의 자발적 가축 질병 감시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운다. 지역 축산위생 당국의 철저한 검역 절차가 없었다면 AI에 감염된 오리고기가 시중에 유통될 수도 있었다. 생각할수록 아찔하다.
한여름에 구제역·AI의 발병이 확인된 만큼 이제부터는 계절에 상관없이 사철 대비태세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