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아베 신조 총리의 측근으로 알려진 마스조에 요이치 도쿄도지사를 접견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일 양국은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할 우방”이라며 “일본 일부 정치인의 부적절한 언행이 양국 관계의 어려움을 가중시켜왔다”고 말했다. 마스조에 지사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구두(口頭) 메시지를 전했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일본 정계 인사를 만난 것은 1년 5개월 만이다. 의미가 작지 않다.
한·일은 ‘먼 나라’로 변해 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박 대통령보다 2개월 앞서 취임했고 앞으로 일본 국내 정치에 큰 변화가 없는 한 2년 5개월 정도 임기가 남아 있다. 임기 4년이 겹치는데도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아직 한 번도 단독 정상회담을 하지 못했다.
내년이면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관계 복원은 난망하기만 하다.
한·일 관계는 왜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었는가. 아베 정부의 퇴행적 행보 때문이다. 이전만 해도 지금처럼 얼어붙지는 않았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부인하고, 침략전쟁 범죄를 부정하니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일본 내 극우세력이 혐한을 부추기고, 집단자위권 확대로 ‘침략의 추억’을 자극하니 모든 것이 엉클어진다.
그런 아베 총리가 자국(自國) 내에서 하려고 했던 일을 할 만큼 다했다는 듯 이제는 지방자치단체장을 통해 ‘관계 개선’을 하자고 제안해왔다.
아베 총리는 이전에도 한국인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주는 도발적 언동을 한 뒤에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싶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거듭해 왔다.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뒤 “다시는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기 위해”라고 하는 식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도쿄도 지사를 통해 전달해 온 제안에 과연 진심이 담겨 있는 것인지 확신하기 쉽지 않다. 대화는 하되, 그 대화가 진전되려면 아베 내각의 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그리고 그 첫발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노력일 것이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할머니들이야말로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거사를 세계 만방에 고발하는 살아있는 증거임을 직시해야 한다.
유엔 시민적·정치적귄리위원회는 일본 정부를 향해 “위안부 피해 여성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배상해야 한다”고 했다.
“위안부라는 우회적인 표현 대신 ‘강제 성노예’라는 표현을 사용하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한·일 관계를 풀 화두를 던진 결정이다.
박 대통령이 아베 총리의 비공식 특사라 할 수도 있는 일본 측 인사를 청와대에서 만난 것은 한·일 관계 개선의 불씨를 꺼뜨리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한·일 관계 악화는 모두에 도움이 될 리 없다.
일본의 변화가 관건이다. 극우적 사고로 모든 것을 재단하는 일본의 정치풍토가 바뀌어야 한다. 그것이 한·일의 밝은 미래, 평화로운 동북아를 구축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