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변사체로 발견됐다. 경찰은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 송치재 인근 한 매실밭에서 발견된 남성 시신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 검사와 지문 채취 결과 유씨로 최종 확인됐다고 어제 공식 발표했다.
발견 사체가 유씨가 맞다면 참으로 허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산 채로 검거해 국내 최악의 해양사고로 기록될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한치라도 더 규명했어야 했다.
석달 가까이 연인원 130만명을 동원해 유씨를 추적해온 검찰과 경찰로서도 맥이 빠질 노릇이다.
그러나 경찰 발표에 의문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변사체를 발견한지 40일이 지나서야 유병언 전 회장의 시신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경위에 대해 의문이 계속되고 있다.
또 경찰이 유씨의 흔적을 마지막으로 발견한 날이 5월 24일이다. 그리고 사체가 발견된 것은 6월 12일이었다.
불과 보름만에 시신이 형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부패해 백골이 됐다는 것도 납득이 가지않는 대목이다.
구원파 쪽에서 보인 ‘유 전 회장의 시신으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도 주목된다.
유씨 죽음으로 세월호 참사의 원인 규명과 수사가 난관에 빠질 우려가 커졌다.
유씨는 세월호 사고에 책임이 있는 핵심 인물이다. 그가 없으면 얽히고설킨 세월호 관련 비리를 밝혀내기 어렵다. 검찰은 당사자 사망으로 그에 대한 모든 수사를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해야 할 상황에 빠졌다.
따라서 세월호 사건의 진상규명은 상당부분 벽에 부딪칠 가능성이 커졌다. 세월호 관련자들에 대한 혐의 입증도, 선박운항 및 각종 불법대출 등과 관련된 정ㆍ관계 로비 내막도 파헤치기 어려워졌다. 구상권 행사 등을 위해 동결조치한 1054억원 규모의 유씨 일가 차명 재산 등의 처리도 마찬가지다. 구상권 행사가 여의치 않을 경우 참사피해 배상에도 문제가 생길 전망이다.
검찰과 경찰의 부실한 초동 수사와 공조체제의 허점이 이 같은 결과를 불렀다. 검찰은 초기 판단 잘못과 감시ㆍ감독 소홀로 유씨의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
뒤늦은 압수수색에 추적 과정에서도 번번이 실수를 저질렀다. 5억원의 현상금, 수많은 검경 인력에 군까지 동원하는 등 유례없는 대규모 검거작전을 폈는데도 유씨와 장남 대균씨 등 핵심은 다 놓쳤다. 경찰이 유씨 추정 사체를 눈앞에 둔 상태에서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는 웃지못할 일도 벌어졌다. 유씨 추적과 수사과정에서의 과오를 밝혀내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24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꼭 100일이 된다.
아직도 차디찬 바닷속을 나오지 못한 실종자가 10명이다. 세월호 사태는 여전히 진행중이고 그 핵심 배후는 유씨다. 문제의 시신이 유씨든 아니든 그에게 물어야 할 책임은 무한하다. 죽음이 모든 것을 덮어버리게 해선 안된다. 유씨 증언없이도 참사의 원인을 밝혀내고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확실한 증거들을 찾아내야 한다.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규명, 세월호 원혼을 달래주는 게 수사당국의 남은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