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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울리는 ‘암덩어리 규제’ 수술 서둘러야
작성 : 2014년 07월 13일(일) 15:56 가+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기업들로부터 접수한 규제 개혁 과제 1300여건을 검토해 이 중 628건에 대한 규제 개선을 정부에 건의했다. 820쪽 분량의 건의서를 보면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기업경쟁력 강화를 바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심하고 심각한 수준이다.
기술발전을 따라가지 못해 신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에서부터 우리나라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 실현 가능성과 도입과정이 이해되지 않는 황당한 규제까지 다양한 형태로 기업의 경영의욕을 꺾고 있다.
정부는 ‘전경련이 재계 목소리만 대변하는 기관’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현장의 불만을 경청해야 한다.
전경련이 현장의 목소리를 취합해 관련 부처에 전달한 628건의 규제개선 과제를 보면 황당하다. 한 휴대전화 업체는 사용자 정보를 담은 유심(USIM) 칩을 반드시 기기 속에 삽입하도록 한 규정 때문에 손목시계 형태의 스마트폰워치를 개발하고도 국내 시장에 판매하지 못하고 유럽 시장에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골프장과 스키장에서 팔 수 있는 의약품을 정작 수영장이나 빙상장에선 못 팔도록 한 어처구니없는 규제가 있는가 하면 먹는물 제조 회사는 탄산수를 만들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탄산수 시장 진출을 포기한 사례도 있다.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탄산수는 먹는 샘물에 탄산만 첨가하면 만들 수 있는 간단한 제품이다. 그런데 생수 회사들이 탄산수를 제조하려면 별도의 공장을 세워야 한다. 생수 공장에 다른 음료 제조시설 설치가 금지돼있기 때문이다. 또 자동차 정비 사업자는 전자기록시스템을 갖추고 있더라도 자동차 정비내역서를 반드시 종이로만 보관하라고 요구한다.
영국은 올 1월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 부담을 매년 8억5000만파운드(1조4700억원) 덜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레드 테이프 챌린지(red tape challenge)’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어 규제 리스트를 3095개 올려놓고 규제 개혁 진행 상황을 매일 업데이트하고 있다. 지난 6개월간 규제 개선·철폐 실적이 800건을 넘는다.
우리도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를 ‘원수’ ‘암 덩어리’에 비유하며 강력한 개혁 의지를 밝혔고, ‘레드 테이프 챌린지’와 비슷한 ‘규제정보포털’ 사이트도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 3월 민관 합동 끝장 토론에서 제기된 과제 52건 중 지금까지 해결된 것은 19건에 지나지 않는다. 중앙부처 등록 규제 건수는 올 1월 1만5280건에서 1만5321건으로 오히려 더 늘어났다. 없앤 규제보다 더 많은 규제를 새로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모든 규제를 없애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세월호 참사에서 보듯 안전에 대한 규제는 아무리 강화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제는 나쁜 규제다. 규제는 힘과 권한이기 때문에 공무원들은 쉽게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기업들이 그동안 규제개선 건의를 해도 공무원의 책상 서랍 속에 처박히기 일쑤였다.
이제는 규제 개혁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부처에 대해서는 즉각 장관에게 책임을 묻고 담당 공무원도 징계하는 비상조치라도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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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h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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