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결과는 절묘한 균형, 황금 분할이라는 표현 말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정권 심판론을 주장한 새정치민주연합이나 정권 안정론을 호소한 새누리당 누구에게도 승리를 허용하지 않았다.
광역단체장 수에서 새정치연합이 9대 8로 새누리당을 한발 앞서긴 했지만 정치적 의미가 큰 수도권에선 1대 2로 오히려 뒤졌다.
기초자치단체장에서 새누리당이 117대 80으로 새정치연합을 앞섰지만 반대로 서울에선 4대 21로 대패했다. 이전에 치렀던 다섯 번의 지방선거는 여당이 한 번, 야당이 네 번 승리했다는 평가가 분명했다. 이번처럼 무승부 지방선거는 전례가 없다.
선거 결과 주목할 점은 특정 정당의 영호남 싹쓸이 경향이 다소 완화됐다는 것이다. 부산과 대구에서 각각 무소속과 새정치연합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와 호각세를 보인 점이나, 광주에서 무소속 후보가 위력을 발휘한 것은 의미가 크다.
과거 지방선거에서도 대구(1995년 문희갑)와 경남(2010년 김두관)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한꺼번에 세 곳에서 텃밭 후보를 위협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영남과 호남의 여러 곳에서 무소속 기초단체장 후보가 당선된 것도 의미가 있다.
이제 영남이라고 해서 새누리당, 호남이라고 해서 새정치연합 후보가 무조건 당선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특히 중앙당이 지역 민심을 무시한 채 낙하산식 공천을 할 경우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본다.
이를 계기로 영호남 지역의 ‘묻지마 줄투표’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한층 더 노력해야겠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도 세대갈등과 이념대립이 여전한 것으로 분석된 점은 안타깝다. 2012년 대선에서 심화된 이런 투표 경향은 전국단위 선거 때마다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지역 갈등과 함께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인 만큼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각별히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정치권은 선거가 전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어느 일방에게 독주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겐 기회를 한 번 더 주겠다는 뜻이면서 국정운영 스타일에서 일대 변화를 요구하는 경고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이 공감하는 개각을 통해 하루빨리 나라 분위기를 일신해야 한다. 세월호 사고로 아직도 많은 국민이 상심해 있다.
우선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꼼꼼히 읽고 개혁성과 도덕성, 국민통합 능력을 갖춘 인사를 총리에 앉힌 뒤 역량 있는 장관감을 찾아 나설 때다. 지역과 이념을 넘어 국가 혁신에 이바지할 유능한 인재를 발탁하기 바란다.
박 대통령은 또 열린 정치, 통합의 정치를 구현해 나가야 한다. 취임 후 지난 1년여 기간은 불통의 정치, 나홀로 정치를 했다는 게 중평이다.
이런 정치로는 국가 대개조를 위한 국민역량 결집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