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 참사 주요 원인의 하나로 꼽힌 관피아 적폐를 뿌리 뽑겠다며 제정을 약속한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일명 김영란법)’의 5월 임시국회 처리가 무산됐다.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는 김영란법을 논의한 끝에 몇몇 쟁점에 합의하지 못해 다음 국회로 넘기기로 했다. 법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직무 관련성 문제도 원안대로 하기로 했지만 공직자와 그 가족의 이해충돌 문제가 복잡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한다.
100만원 이상 금품을 수수할 경우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김영란법이 국회에 제출된 때는 지난해 8월이다.
그동안 여야가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세월호 참사 이후 국회 차원의 생색내기용으로 꺼내든 카드가 이 법이다.
진작 김영란법을 만들었다면 관피아도, 세월호 참사도 막을 수 있었다는 여론의 호된 질책에 부랴부랴 입법화 작업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도 이것마저 얼토당토않은 핑계를 대며 지연전술을 펴는 건 여야의 입법 의지를 의심케 한다.
지금까지 정치권이 김영란법 제정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뻔하다.
이 법이 제정되면 상당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정치권이 세월호 희생을 헛되게 하고 국민의 바람을 저버리는 파렴치한 짓은 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여야의 법안 심의과정을 보면 일단 그럴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기는 하다.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가 법 적용범위를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중앙행정기관, 공직유관단체, 공공기관, 국·공립학교 종사자로 규정한 정부안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립학교, 사립유치원, 언론까지 확대했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은 그 내용이 워낙 중차대할 뿐더러 국민 일상에 미칠 영향이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신속한 처리 못지않게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기왕 법 제정을 늦춘 만큼 세월호 정서나 시간에 쫓기기보다는 남은 쟁점들을 더욱 면밀하게 가다듬어 위헌 소지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여야가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한 ‘이해충돌 방지’ 방안과 ‘부정청탁 금지’ 관련 조항은 ‘김영란법’ 원안이 위헌적 소지를 지니고 있는 만큼 향후 면밀한 보완이 요구된다. 공직자가 본인 및 가족, 친족 등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공직자 가족의 직업 선택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헌법상의 ‘연좌제 금지’와 명백히 충돌하는 것으로, 위헌 소지가 없도록 제한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부정청탁 금지 역시 관피아 척결에 있어서 필수적이나 국민의 청원권을 제약하고 정당한 민원 제기를 위축시키는 일이 없도록 세밀하게 다듬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