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철 수
아동문학가·美솔로몬대학교 한국학장
진도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 사건발생 13일째를 맞았다. 아직도 남은 실종자들의 생사는 오리무증이고 유해조차 찾지 못한 피해가족들의 애간장은 재가 되고, 지켜보는 국민들의 가슴속에는 분노와 슬픔이 뒤범벅되어 정상정인 일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비극의 사건은 총체적으로 사고가 날 수 밖에 없는 원인을 모두 갖고 있어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위한 모든 제도와 장치가 단 한군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남은 실종자 가운데서 기적과 같이 살아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염원하는 가족들과 국민들의 촛불기도는 멈추지 않고 있어 더욱 가슴이 아프기만 하다. 싸늘한 시체로 돌아 온 어린학생들의 시신은 부모조차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망가져있어 시신이 몇 차례나 바뀌는 어쩌구니 없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으니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고 생각이 있어도 그저 정신 나간 사람들처럼 멍할 수밖에 없다. 세월호 침몰로 인한 피해자가족들과 유명을 달리한 넋을 위해 한 편의 조시로 필자의 심경을 대신하고자 한다.
지난 겨우내 / 유난히도 폭설과 가뭄이 동서를 가르고 / 새 봄을 맞아 유례없는 이상기온에
온갖 꽃들이 질서를 잃어버린 채 / 한꺼번에 흐드러지게 피고 지더니 / 그 잔인한 4월을 채 못 넘기고 / 진도앞 바다 맹골 수도 해상에서 / 그만 돌이킬 수 없는 사단이 나고 말았습니다./ 이게 웬 말입니까? / 이게 웬 일입니까? / 꽃으로 이 세상을 밝혀 온 희망의 새 싹들 302명의 생명이 / 탐욕으로 가득 찬 야수들의 희생물이 되어 / 순식간에 싸늘한 주검으로 모두 변하고 말았습니다. / 한라산에 붉게 핀 철쭉꽃을 한 아름 따다가 / 엄마 아빠 품에 안겨드리겠다고 / 며칠 동안 설레임에 잠 못 이루며 / 제주도로 배 타고 수학여행 간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들이 / 집 떠난 지 하루 만에 배안에서 겨우 아침식사를 끝내자마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굉음과 함께 / 갑자기 기울어진 배 안에서 죽음에 대한 공포감에 / 사시나무가 되어 벌벌 떨며 구조의 손길만을 기다리다가 / 하나 들 캄캄한 어둠속에서 얼음같이 차디찬 바닷물에 잠겨 / 어머니~ , 아버지 ~, 살려 주세요! / 목이 터져라 부르고 또 부르다가 하나 둘 지쳐 스러져 갔습니다. / 영악하고 더러운 악마들의 철면피한 돈 놀음에 /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피어보지 못한 꽃봉오리들을 잃고 / 스러지고 넘어지고 숨이 멎어버릴 듯 애통과 분노에 / 유가족들과 실종자가족들의 오한은 피를 토하는 참혹한 아수라장이었습니다. / 땅위에서 겪는 가장 참혹한 현장의 생지옥이었습니다. / 눈뜨고는 차마 보지 못할 아비규환이었습니다. / 미안 합니다! / 죄송합니다! / 오만과 자만과 탐욕으로 똘똘 뭉친 어른들의 더러운 위선 / 어느 누구 한 사람만의 잘못이라고 책임을 묻기에는 /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작당해서 벌어진 / 몹쓸 짓입니다. 망할 짓입니다. / 생사를 오르내리는 그 장소에서 기념사진을 찍던 어떤 고급공무원, / 시장기를 달래겠다고 피해자가족들이 눈물범벅이 된 그 앞에서 / 컵라면을 마셨던 어떤 고위공직자, / 80여명을 구조한 것만도 대단한 성과가 아니나며 거들음을 피우던 어떤 해양경찰간부, / 모두 세월호 승객들의 생명을 죽음으로 내 몬 가해자들과 하등 다를 바 없습니다. / 노란리본을 가슴에 달기조차 부끄러워 / 이렇게 고개를 숙인 채 / 자기목숨을 버리면서 까지 다른 사람을 살렸던 의로운 영령들 앞에 / 열 번이고 백번이고 그저 용서만을 빕니다./ 뜨거운 참회의 눈물과 함께 두 손을 모아 용서를 빕니다./ 이런 억울하고 분통터질 일 없는 하늘나라에서 / 편히 쉬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