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세월호 참사의 비극 앞에서 일주일째 신음하고 있다.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극단적인 슬픔과 분노는 온 사회로 퍼져서 사람들의 마음을 할퀴고 있다.
일손이 잡히지 않는 건 물론이고 집 밖을 나서기가 겁난다거나 심지어 목욕탕 물만 봐도 가슴이 울렁인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에 ‘우울’과 같은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낱말들이 부쩍 늘어난 점만 봐도 국가적 슬픔의 무게를 짐작게 한다.
큰 인명 피해로 휴업 중인 안산 단원고는 말할 것도 없고 안산 지역 전체가 활기를 잃었다. 사고 해역에 가까운 진도군도 한숨만 가득하다. 전국에서 문화ㆍ체육 행사가 속속 취소되고 여행 계획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학교, 직장, 쇼핑센터, 관광지 등 어디나 침울하다.
한마디로 나라 전체가 PTSD, 즉 정신적 외상(트라우마)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월호 사고는 우리에게 깊은 상처와 큰 고통을 안겼다. 무엇보다 수백명의 어린 학생들이 배와 함께 차가운 바닷 속으로 스러져가는 모습을 눈뜨고 지켜봐야 했다는 죄스러움이 크다. 게다가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어른들의 잘못으로 사고가 났다. 정부는 허술한 대응으로 어린 생명들을 지켜주지 못했다. 죄책감과 안타까움, 원망, 분노가 뒤섞여 정신적 고통을 한층 키운 것이다.
무엇보다 걱정인 것은 희생자 가족들의 정신적 고통과 상처다. 사고 직후부터 지금껏 참사 현장을 지키고 있는 가족들은 그토록 갈구하는 생존 소식을 듣지 못하면서 심신이 피폐할 대로 피폐해졌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과 상실감,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죄책감 등이 중첩되면서 상당수 가족들이 트라우마의 2차 피해를 입을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진단이다. 생존자들 또한 불안장애는 물론 홀로 살아남았다는 생각에 따른 죄책감, 즉 ‘서바이벌 증후군’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안산 단원고 강모 교감의 자살과 세월호 기관사 손모씨의 자살 기도 등이 이런 심리적 충격을 말해 준다 할 것이다.
과거 9·11 테러사건의 예를 살펴보더라도 대형참사는 그 자체의 충격과 피해는 물론 정신적 고통을 수반한 오랜 후유증을 수반한다. 많은 피해자들이 우울증과 환영(幻影), 환청(幻聽)과 같은 질환에 시달릴 뿐더러 자살이나 분노형 범죄 등의 형태로 정신적 고통과 상처가 표출하기도 한다.
뒷북만 일삼던 정부도 `세월호 관련 심리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구조된 단원고 학생들에 대해 정신ㆍ심리적 상처를 지속적으로 치유하고 유가족과 안산 시민들을 위해서도 `심리외상지원센터`를 3년 정도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인명 구조와 사고 대처 과정에서 여러 가지 비난을 받아온 정부가 이런 사후 대처만이라도 수긍할 수 있을 만큼 해주기 바란다.
구조 작업에 촌음을 다퉈야 하는 것과 별개로 국가적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지혜로운 대응이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