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이동통신 가입자를 가진 SK텔레콤의 통신망이 20일 저녁 장애를 일으켜 수백만 명의 가입자가 거의 6시간 동안 통신이 두절되는 불편을 겪었다. 전화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데이터의 송·수신과 내비게이션 기능이 중단됐고, 이 통신사의 통신망을 통한 교통카드 결제 서비스도 마비됐다. 사실상 이동전화라는 통신수단에 의존하는 모든 작업과 경제활동이 정지된 것이다.
사고 원인은 가입자를 확인해 연결해 주는 장치(HLR)의 부품이 고장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한다. SKT 측은 사고 발생 이후 24분 만에 해당 장비를 복구했다고 하지만 이후 누적된 통화량이 폭주하면서 5시간40분 동안 통신 두절이 이어졌고, SKT의 인터넷 홈페이지도 이날 밤늦게까지 다운됐다고 한다.
더구나 통신 장애가 6시간이나 이어지는 동안 회사는 이 사실을 고객에게 알리기 위한 노력에 나서지 않았다. 미리 마련해 놓아야 할 비상대책도 없었다. 고객은 왜 전화가 안 되는지 깜깜한 터널 안에 갇혀 있었던 셈이다. 고객 신뢰를 잃은 회사는 존속하기 어렵다.
파문이 확산되자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21일 피해 고객 560만 명에게 각각 피해 금액의 10배를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사고 시간대에 통화를 못한 SK텔레콤 고객은 평균 4355원을 보상받을 수 있다.
직접 피해를 당하지는 않았지만 2700만 명의 SK텔레콤 고객은 월 기본요금에서 하루치를 감면받는다.
그러나 통신 대란을 일으켜 놓고 회사가 피해 보상만 해주면 끝이라는 태도는 곤란하다. 이번 사태로 SK 고객과 통화하지 못한 KT와 LG유플러스의 휴대전화 가입자도 피해자다.
이동통신사들의 서비스 먹통 사고는 거의 연례행사가 된 지 오래다. 이번에 사고를 낸 SK텔레콤은 1주일 전에도 통신 장애가 발생해 문제가 됐다. 지난해 9월에는 울산지역에서 SK텔레콤 가입자들이 1시간가량 데이터 사용에 불편을 겪기도 했다. LG유플러스도 지난해 말 2시간여에 걸쳐 휴대전화 서비스가 중단돼 곤욕을 치른 바 있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50%라는 독과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휴대전화는 다른 소비재와 달리 국가안보나 재난 대비와도 직결돼 있는 특수한 통신수단이다.
개인적인 용무든, 사업용 통화든 꼭 필요할 때 전화가 안 됐을 경우 그에 따르는 기회비용은 산정하기도 어렵다. SK텔레콤은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통신사업자로서 막중한 책임의식을 보여야 한다.
이 점에서 정부가 이번 사고에 아무런 반응조차 보이지 않은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안이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사고는 언제든지 또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적 재난에 가까운 사고가 일어날 때까지 손을 놓고 기다리는 것은 책임 있는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정부와 이통사들은 우선 이동통신망의 장애나 두절이 국가적 재난이나 비상사태에 준하는 위기라는 인식을 가지고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차제에 이동통신망이 마비된 상황을 상정한 비상계획을 세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