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최근 사교육 부담을 줄이는 대책을 담은 대통령 업무보고를 했다. 2015학년도 대입부터 학교생활기록부전형의 자기소개서에 공인어학성적과 교외 수학·과학 경시대회 수상실적을 기재하면 0점 처리하기로 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과목을 쉽게 출제하고, 대입 논술시험도 선발 인원을 축소하기로 했다.
모두가 학생에게는 학업 부담을, 학부모에게는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대책이다. 개선 방향은 옳다. 스펙을 쌓기 위해 돈을 쏟고, 논술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고액 학원을 전전해야 하는 부작용을 없애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걷잡기 힘들 정도로 비대해진 사교육이야말로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병폐다. 초·중·고생의 사교육비 총규모는 2012년 19조원을 넘었다. 가장 보수적인 통계청 수치를 기준으로 할 때 그렇다. 사교육비를 대느라 학부모는 등골이 휜다. 빚을 내 학원비를 대는 교육 빈곤층(에듀 푸어)이 82만4000가구, 인구수로는 305만명에 달한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너도나도 학원으로 달려가니 공교육은 붕괴된 지 오래다. 국가 예산의 5.8%가 넘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사교육비가 경제성장을 위해 투자됐다면 더 많은 성과를 일궈냈을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국민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려는 교육부의 의지는 가상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비대할 대로 비대해진 입시 사교육 시장을 바로 잡을 수 없다.
영어 문제 쉽게 낸다고, 몰입교육 못하게 한다고 그 수요가 줄지는 않는다. 오히려 변별력 잃은 영어 대신 수학, 국어로 옮겨갈 것이 뻔하다. 이른바 ‘풍선효과’다.
전문가들도 상대평가제와 논술, 면접, 수능, 내신 등 전형요소들이 그대로 유지되는 한 입시 부담은 줄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교육 수요가 결코 꺾이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사교육비 부담을 낮추려면 교육부는 우선 학생들이 영어보다 어려워하는 수학,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한국사까지 관리대상 과목에 넣어야 한다. 수학의 경우 2012년 기준 사교육 참여율이 47.8%로 영어(46.3%)보다 높다. 관련 지출액도 꾸준히 증가세다.
중요한 것은 사교육을 줄이는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대입제도를 개선하고,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원인을 그대로 놓아둔 채 대증 처방만 남발해선 사교육을 줄이기 힘들다.
다음으로는 국민들, 특히 학부모의 의식이 확 바뀌어야 한다. 내 자식은 무조건 대학, 그것도 인 서울(In Seoul)에 밀어 넣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시장을 기형적으로 키웠다. 무엇보다 공교육 정상화가 절실하다. 더 이상 사교육 시장이 커지지 않도록 공교육을 보강하고 방과후 학교 등 유명무실해진 교육과정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
70%를 넘나드는 대학진학률을 낮추는 것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다. 대학 이외의 대안을 찾아 줘야 한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중산층 이상의 생활이 가능하도록 사회적 인프라부터 갖춰야 할 것이다.
마이스터고나 특성화 대학을 집중 지원하고 경쟁력 떨어지는 대학을 구조조정해 공교육을 보완토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기업들도 사내 대학을 더 활성화해 평생 교육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