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백약이 무효'라는 탄식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매년 10조원 이상의 돈을 쏟아 부은 저출산 대책을 두고 하는 말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태어난 출생아를 토대로 추산한 출산율은 1.18명 안팎으로 전년 출산율 1.30명보다 줄었다.
2012년 출산율이 1.3명으로 올라가 초저출산 국가(출산율 1.3명 이하)에서 벗어났다고 기뻐한 지 불과 1년 만의 추락이다. 지난해 출생아는 43만8000명으로 전년보다 약 4만6600명(9.6%)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출산율은 저출산대책 시행 전인 2003년과 같은 수준이다. 출산율은 2005년 1.08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후 연평균 10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한 덕에 2012년까지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해 왔다. 정부는 출산율 제고를 위해 1차 저출산대책(2006~2010년)에 42조원을 쏟아 부은데 이어 2차 대책(2011~2015년)에 76조원의 예산을 투입 중이다. 예산뿐 아니라 육아휴직 확대, 무상 보육, 자연분만 본인부담진료비 면제 등의 지원책도 연이어 내놨다. 그런데도 출산율은 10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저출산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이미 세계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한 나라의 인구가 장기간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인구대체 수준의 출산율’ 2.1명은 말할 나위도 없고,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74명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국은 인구 증가를 통해 혜택을 누리던 ‘인구 보너스(bonus) 시대’를 지나 인구 감소로 인한 부담을 염려하는 ‘인구 오너스(onus) 시대’에 들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산율 추락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아이 낳기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점을 냉정히 인식해야 한다. 젊은 부부가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과정에서 절대 필요한 일자리와 주거, 보육에서 난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의 첫 단추는 청년 실업 해소에 있다. 우리 나라의 청년 실업률(15~29세)은 지난 1월에도 8.7%로 전년 대비 1.2%포인트 높아졌다. 직장을 못 구한 청년 백수가 배우자를 찾아 가정을 꾸리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사철만 되면 미친듯이 뛰어 오르는 전셋값은 새내기 부부의 마이홈 소망을 꺾기 일쑤다.
맞벌이를 하지 않고는 살기가 갈수록 험난해지는 판에 아이를 낳아도 맡길 곳이 없으니 출산을 포기하거나 뒤로 미루는 사례가 다반사다. 결혼으로 얻는 프리미엄보다 육아, 출산 등으로 페널티를 겪을 가능성이 높으니 '결혼=손해'라는 인식까지 퍼지게 된 것이다.
정부도 인내심을 갖고 끈기 있게 저출산문제에 대처하지 않으면 안된다.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부터 총체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이 출산 전후 휴가나 육아휴직이 정착되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덴마크는 출산율 0.5명을 높이는 데 27년이 걸렸고 성공적 모델로 꼽히는 스웨덴은 11년이 걸렸다.
아기 웃음 소리가 그친 나라에는 밝은 내일도 없다.